"넌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찬찬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거야. 그러니까 너무 초조해 하지마."
드라마 속 대사 한 마디가 청춘의 마음을 울렸다. 창업에 뛰어든 청춘의 도전과 성장을 그린 tvN '스타트업'에서 최원덕(김해숙)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 손녀 서달미(배수지)에게 건네는 응원의 말이다.
10일 서면으로 만난 배우 김선호(34)는 이를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꼽으면서 "누구에게든지 가을의 활짝 핀 코스모스처럼 만개하는 순간이, 시기가 있다는 메시지가 '스타트업'에 담겨있다. 여러분 모두가 활짝 핀, 혹은 앞으로 활짝 필 코스모스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물론 극중 성공한 벤처캐피탈의 수석 팀장 한지평을 연기한 김선호 본인에게도 해당한다. 2009년 '뉴보잉보잉'을 시작으로 연극 무대에서 오래 활동해온 그 역시 기본기를 갈고 닦으면서 가을을 기다려왔다. 2017년 KBS '김과장'으로 안방극장에 데뷔한 이래 차근차근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오던 차, 드디어 '스타트업'으로 연기 활동의 꽃을 피웠다.
'스타트업'은 청춘스타 수지와 남주혁의 만남만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최대 수혜자는 김선호였다. 정작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인 '역대급 서브 남주인공'이란 찬사를 받으면서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떠올랐다. "한지평은 입체적인 인물이에요. 그렇기에 매력이 있죠. 순딩한 모습, 날카로운 모습, 위트있는 모습 혹은 슬프고 짠한 모습, 안타까운 모습을 다 지니고 있어요. 한지평의 그런 모습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것 아닐까요."
그러면서 "주인공인 달미와 남도산(남주혁)이 극을 잘 이끌어줬기 때문에 저 또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 덕을 많이 봤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결국 달미와 도산이 맺어지는 결말에 대해서도 "인연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쉽지는 않다. 오히려 지평이 도산에게 달미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려주면서 끝까지 조력자로 남는 모습이 한결같아 좋았다"고 했다.
한지평은 연극으로 다져온 김선호의 탄탄한 연기력에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은 섬세함이 더해져 완성됐다. 김선호는 "어떻게 걷고, 말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때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았을까 등 지평이 할법한 제스처를 많이 고민했다"며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보이는 지평의 태도에도 차이를 두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지평이 성공한 남성인 만큼 수트 등 외적인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최근 높아진 인기가) 잘 믿기지 않아요. 지평을 연기하기 위해 제가 한 노력을 누군가 알아봐준다는 게 큰 행복이고, 무척 감사한 일입니다."
차기작은 내년 1월 선보이는 장진 감독의 연극 '얼음'으로 정했다. "연극을 하면서 오랜 시간 대본을 보고, 분석하는 연습을 하면 반드시 전보다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매체 연기를 하다가도 부족한 걸 느끼면 다시 연극이 생각나요. 내년에는 조금 더 편안한 배우로 여러분께 다가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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