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다. 한 유명 가수가 ‘(소크라)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며 자조적으로 노래하자 대중이 열광적으로 반응할 정도다. 4년 전만해도 우리 사회는 희망을 봤다. 광장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비폭력 시위는 시민혁명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줬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4년 전보다 전진했는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라는 새 정부의 약속은 얼마나 이행되고 있는가. 성별, 연령, 거주지역, 학력 수준 등 다양한 변수가 가른 집단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사회는 다원화됐고, 이익집단은 작고 많게 분화됐다. 사회 갈등 해결을 위한 방정식은 난이도가 높아졌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연대는 약자들이 강자들에 대항하기 사용한 구호다. 피해자들의 방어책이라 할 수 있는데, 사회구성원 모두가 자신을 피해자라 생각하면서 연대의 의미는 달라졌다. “오늘날 도덕적 연대는 찾기가 어려운 반면, 이익을 위한 연대는 차고 넘친다.”(77쪽)
책은 혐오는 늘어나고 갈등 조정이 힘들어진 시대를 돌아보고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좀 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짚는다.
한 시스템이 다음 단계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질서의 붕괴에 따른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일종의 기회비용이 필요한 데 책은 이 비용의 이름을 ‘가치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다종다양한 사람과 집단이 각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철학을 전공하고 숙명여대 교수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미국 철학자 존 롤스(1921~2002)와 마이클 샌델 등의 논의를 끌어들여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근원적이다. 그는 “‘가치 전쟁’은 서로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독선으로부터 유래한다”며 “갈등을 민주주의의 본원적 의미 아래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당연함’을 무력화시키고 대화의 장으로 나설 때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가치 전쟁
- 박승억 지음
- 사월의책 발행
- 302쪽
- 2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