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코리안투어 대상ㆍ상금왕…15일 시상식
“두 대 확보한 제네시스, 부모님께 한 대씩 선물”
김태훈(35)은 올해 ‘자동차 부자’가 됐다. 지난 10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많은 총상금(15억원)이 걸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부상으로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을 확보한 데 이어, 제네시스포인트 대상을 수상하면서 또 한 대의 제네시스 차량을 받게 되면서다.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정상적으로 치러질까 걱정했지만, 시즌 종료 시점엔 상금왕까지 거머쥐며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김태훈은 10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정말 힘든 해였지만, 11개 대회라도 치러 다행이었다”고 전하면서 “나 스스로에겐 정말 좋은 해가 됐지만, 아직도 주변(남자 프로골퍼들) 상황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올해 목표로 둔 성과들을 이뤄 기쁘고,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뒷받침해 준 아내와 부모님께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특히 아버지 김형돈(59)씨 도움이 컸다. 12년간 아들의 캐디 백을 메고 중년을 보냈다. 김태훈 조차 “(아버지가 너무 고생하시는 걸 봐 왔기에) 올해 두 살인 아들이 나중에 골프를 한다고 해도 내가 백을 멜지는 고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그는 올해 받은 두 대의 자동차를 아버지와 어머니께 한 대씩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김태훈은 “캐디를 맡아 준 아버지껜 보너스도 넉넉히 챙겨드릴 생각”이라며 웃었다.
올해 11개 대회에 모두 출전, 총 9차례 컷 통과한 그는 4억9,493만원의 상금을 쌓으며 상금왕에 올랐다. 승부처는 시즌 막판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이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해 3억원의 상금을 쌓은 그는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 출전권을 과감히 포기했다. 경쟁자 김한별(24)과 이재경(21)이 CJ컵에 출전한 뒤 국내로 돌아와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거치는 동안, 그는 국내 대회에 한번 더 출전해 컨디션을 점검한 뒤 최종전인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준비에 몰두했다.
이때 선택에 대해 김태훈은 “내 목표뿐 아니라 가족들의 건강 걱정도 있었다”고 했다. 당시 미국 내에서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 일부 투어 선수들의 확진 소식도 나오던 때였다. 결과적으로 상금왕과 대상을 차지하게 되면서 이 때의 승부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2020시즌 경쟁자였던 김한별과 이재경에 대해선 “젊은 선수들이지만, 노련함이 돋보였다”며 “정확한 상황 판단과 경기를 잘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올해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그는 “흔한 표현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말 만큼 알맞은 표현이 없을 것 같다”며 “제2의 전성기”라고 답했다. ‘장타왕’답게 올해도 평균 드라이브 거리 304.57야드를 기록, 전체 4위에 오른 그는 “어릴 때부터 거리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지금도 20대 선수들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우승을 한 번 하고 나면 한동안 오히려 골프가 잘 안됐던 것 같은데, 이젠 몸 관리를 잘해 ‘제2의 전성기’가 길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년엔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어 갤러리와 함께 호흡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김태훈은 “많지는 않아도 날 응원해 주는 고정 팬들이 계시는데, 올해 갤러리 없이 경기하다 보니 아쉬움이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순간, 멋있는 샷을 해도 환호가 없으니 민망할 때도 있었다”며 “사실 갤러리 때문에 경기 집중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프로 선수는 팬이 있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0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은 오는 15일 제네시스 수지 전시관에서 열린다. KPGA에 따르면 올해 시상식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라 수상자와 주요 시상자만 참석한 가운데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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