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나(35) 변호사(법무법인 태성)는 어디서나 자신을 ‘이혼전문 변호사’라고 소개한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분야 등록 심사까지 거쳐 따낸 훈장이다. 그 수식어를 얻은 날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날보다 더 좋았다는데, 세상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부분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당황하시거나, 저를 무슨 나쁜 일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보시지요. 하하.”
이혼전문 변호사를 향한 오해나 선입견 때문이다. 변호사는 당사자의 법률 대리인일 뿐인데도, 마치 당사자를 대신해 선택을 종용하거나 부추겨 반드시 이혼을 시키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이혼을 결점이자 잘못으로 보는 고정관념 또한 깔려있다.
그가 8년 간 2,000건 가까이 수행한 이혼 사건과 그 배 이상 해온 상담을 재료로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를 시작한 이유다. “이혼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이혼 당사자들이 회복하고 치유하는 과정도 나누고요.”
‘메리지 레드’는 결혼생활에 켜지는 빨간불이란 뜻이다. 그가 지은 말이다. “이혼 재판을 하러 가다가 신호등을 보고 떠올렸어요. ‘결혼생활에서 켜지는 빨간불, 초록불, 노란불을 서로 동시에 알아차린다면 사고가 나는 일은 없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메리지 레드’에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결혼과 이혼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20, 30대는 이혼 상담을 할 때 부모님이 함께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부모들은 당사자의 등짝을 때리면서 ‘무슨 이 정도 일로 이혼을 하냐’고 하시죠. 그런데 그 ‘이 정도 일’이라는 게 배우자의 외도나 폭행이거든요.”
그는 이런 고정관념에 맞서 “이혼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자 행복해지려는 노력”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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