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사참위 연장서 가습기 빼자 부위원장 사퇴
대규모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일으킨 옥시레킷벤키저가 본사 차원의 전담팀을 구성해 조직적으로 가습기살균제의 유독성을 은폐하려 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전담팀에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9일 서울 중구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와 김앤장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축소·은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참위 측은 김앤장이 옥시로부터 95억원의 수임료를 받고 관련 실험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며 대응 전략 수립, 연구용역 관련 업무를 수행한 사실도 확인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본격화한 2011년, 옥시는 본사 직원을 프로젝트 팀장으로 삼아 '코어 팀'이라고 불리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응팀을 만들었다. 대응팀에는 본사 소속 법무팀, 보험사, 연구원들이 참여했으며, 김앤장이 법률 자문을 맡아 고위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체계로 운영됐다. 사참위는 이런 사실들을 당시 옥시의 대표이사의 메일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옥시는 2011~14년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외 다수의 국내 실험기관에 자사 제품(옥시 싹싹)의 흡입독성 실험을 진행했다. 옥시 측은 2011년 서울대 산학협력단 실험에서 간질성 폐렴 증상을 확인했지만 누락했고, 2012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진행한 실험에서 폐섬유화 증상이 관찰됐지만 승인을 보류했다. 2014년 미국과 인도 연구소에서 시행된 흡입독성실험에서도 폐손상이 확인됐지만 옥시는 중도에 실험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앤장은 이 과정에서 실험 결과 보고서를 보고 받아 면밀히 검토한 뒤, 이를 토대로 소송 전략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앤장 측은 "가습기살균제 관련한 국내외 실험이나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면서 "전문가가 작성한 보고서에 근거해 변론 업무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위원회 조사결과 가해기업이 진실을 외면하고 숨기기에 바빴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자신의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원하는 결과를 의뢰하고 어용 과학자들이 응하면서 선량한 소비자들과 시민들이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 부위원장은 이날 국회가 사참위 업무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제외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을 항의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국회는 사참위 활동기간을 1년 6개월 연장하는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는데, 세월호와 달리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은 사참위 업무에서 제외하고 피해자 구제와 제도개선, 종합보고서 작성 등에만 한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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