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공정경제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애써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공정위 숙원이었던 공정거래법은 처리하면서도, 내심 폐지를 우려해왔던 '전속고발권'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전속고발권은 불공정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에만 고발 권한을 주는 제도다. 공정위 고발이 없이는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없다.
공정위에만 권한을 부여한 것은 고발이 남발돼 기업 활동이 지나치게 제약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공정위도 “경제 관련법 위반은 전문성 있는 공정위가 1차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로 방어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고발권 행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전속고발권 폐지를 내건 바 있다.
이에 공정위와 법무부도 2018년 8월 중대한 담합 사건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한다고 합의했다. 이후 이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도 공정위가 직접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정위와 검찰은 신경전을 벌여 왔다. 전속고발권을 어디까지 폐지할지, 담합 사건의 출발점이 되는 리니언시(담합을 자수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 면제)는 어떻게 처리할지 등 조사ㆍ수사 범위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
검찰은 2018년 6월 공정위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표면상으로는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재취업 비리를 수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둔 두 기관의 힘겨루기가 표면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은 지난해에는 “공정위가 담합 사건을 뒤늦게 고발했다”며 공정위 직원을 불러 조사하는 등 공정위를 압박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 결정 이후 “기관 간 협력을 통해 혼선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두 기관의 조사ㆍ수사 범위 충돌, 과잉수사 등에 대한 우려는 지워지지 않았다.
이 같은 우려는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의 퇴임 후 인터뷰에서 단적으로 보여진다. 그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결국 검찰의 형사고발만 늘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공정거래 관련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며 “전속고발권 폐지는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자 시류에 거꾸로 가는 행위”라고 작심 비판했다.
공정위는 “법안 전체에 대해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며 표정을 감추고 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을 지켜 냈지만, 공정거래법 후퇴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속고발권은 사실상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행사하면서 재벌의 면죄부로 전락한 제도”라며 “사실상 개악과 다름없는 공정거래법 개정 시도를 중단하고, 실효성 있는 제대로 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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