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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무기 ‘LAWS’의 공포

입력
2020.12.0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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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소도시 아브사르드의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 현장. 테헤란 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소도시 아브사르드의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 현장. 테헤란 AP=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살해된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는 인공위성 원격 조종 기관총에 장착된 인공지능(AI)이 목표를 확인한 후 그의 얼굴을 줌으로 당겨 발사한 13발의 총알에 의해 사망했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파크리자데의 25㎝ 옆에 앉아 있던 그의 부인은 무사했다.” 지난 6일 알리 파다비 이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은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사건 당시 현장에는 총을 숨겨 뒀던 트럭 폭발 잔해 외에 공격에 가담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이 주장에 의심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미국 듀크대 ‘인간과 자율성 실험실’ 책임자 미시 커밍스는 “지상에 설치된 총을 AI로 원격조종하는 인공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밝혔다. 하지만 인공위성이 아니더라도 원격조종으로 무기가 목표를 자율적으로 확인하고 파괴하는 군사기술은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 30여개 국에 보급돼 있으며 이를 '자율형 살상무기시스템(LAWS)'이라 부른다.

□ LAWS는 요인 암살을 넘어 전쟁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올해 9월부터 6주간 벌어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LAWS가 전면에 등장한다. 이 전쟁은 아르메니아가 점령하던 요지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이 탈환했다는 점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승리로 평가되는데, 그 주역이 저렴하고 정밀한 드론이었다. 러시아제 재래무기로 무장한 아르메니아군은 터키와 이스라엘에서 들여온 드론 부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 LAWS를 가진 자는 007 제임스 본드의 ‘살인면허’를 소지한 것과 다름없다. 한국도 AI 무기화 연구가 활발한 요주의 국가 명단에 포함된다. 이런 국제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 인공지능 윤리기준안’을 내놓았으며, 논의를 거쳐 이달 말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이 윤리기준이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그려진 디스토피아에서 벗어날 초석이 될 수 있을까. 터미네이터가 돌아온 미래의 그 디스토피아가 2029년이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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