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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범 용서 못해!" 코로나 지원금 횡령 인니 장관, 사형 선고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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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범 용서 못해!" 코로나 지원금 횡령 인니 장관, 사형 선고되나

입력
2020.12.09 14:00
수정
2020.12.09 14: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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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지급용 생필품 자금 빼돌려
조사 초기부터 사형 선고 여론 높아
대통령도 "국민이 원하면 사형 가능"

최근 코로나19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줄리아리 바투바라 인도네시아 사회부 장관. 안타라통신 캡처

최근 코로나19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줄리아리 바투바라 인도네시아 사회부 장관. 안타라통신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조사받은 인도네시아 현직 장관에게 벌써 사형 선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국민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대통령조차 "국민이 원하면 부패 사범도 (사형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9일 쿰파란 등에 따르면 줄리아리 바투바라 사회부 장관은 6일 새벽 자카르타 부패방지위원회(KPK) 본부에서 뇌물 수수 관련 조사를 받았다. 업체 두 곳으로부터 170억루피아(13억여원)를 받은 혐의다. 빈민, 실직자, 사회적 약자에게 지급되는 코로나19 생필품 지원 꾸러미에 책정된 30만루피아(2만4,000원)에서 1만루피아(800원)씩 빼돌리는 수법으로 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KPK 관계자는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 막 조사가 시작됐는데 현지 여론은 사형 선고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법학자들은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적 자연재난에 해당되기 때문에 관련 부패를 사형으로 엄단하는 부패법 2조 2항을 적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최고 의결기구인 울라마협의회(MUI)도 동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더 고통 받고 있는 빈자들의 몫을 훔친 몰염치한 범죄는 사형이라는 충격 요법을 써야 이후 비슷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도 "아무리 장관이라도 벼룩의 간을 빼 먹은 파렴치범을 용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생계가 막막해진 인도네시아 빈민들에게 나눠줄 생필품 꾸러미. 쌀 계란 등 9가지 생필품으로 구성돼 '슴바코'라 불린다. 자카르타포스트 캡처

코로나19로 생계가 막막해진 인도네시아 빈민들에게 나눠줄 생필품 꾸러미. 쌀 계란 등 9가지 생필품으로 구성돼 '슴바코'라 불린다. 자카르타포스트 캡처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도 부패 사범 엄단을 여러 차례 천명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9일 참석한 '국제 반부패의 날' 기념 행사에서 "국민이 원하면 부패사범에게도 사형 집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시 한 고등학생이 "왜 우리나라는 부패한 관료들을 다루는데 엄격하지 않은가, 선진국처럼 사형에 처하는 게 어떻겠냐"고 묻자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난 관리 예산을 빼돌린다면 사형 선고를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부패법 2조 2항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부패법 2조 2항은 '국가 재무 또는 국가 경제에 손실을 초래한 부패 행위가 일정한 경우에 사형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일정한 경우라 함은 국가가 자연재난 등에 처해 있을 때 범법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뜻한다'고 부연했다. 줄리아리 장관에게 관련 형법을 우선 적용한 KPK 역시 "부패법 2조 2항에 해당되는지 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줄리아리 장관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다면 관련 범죄에선 첫 사례로 기록된다. 여전히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조코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에도 세 차례에 걸쳐 외국인을 포함해 18명이 마약 범죄로 사형됐다.

새끼 바닷가재 수출 금지를 풀어주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근 붙잡힌 에디 프라보워(왼쪽) 해양수산부 장관. 가운데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 SNS 캡처

새끼 바닷가재 수출 금지를 풀어주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근 붙잡힌 에디 프라보워(왼쪽) 해양수산부 장관. 가운데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 SNS 캡처

다만 줄리아리 장관이 조코위 대통령이 소속된 투쟁민주당(PDI-P)의 재정담당이라는 점이 걸린다. KPK는 줄리아리 장관이 수수한 자금이 당으로 흘러 들어갔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정권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뇌물 수수 혐의로 KPK에 체포된 에디 프라보워 해양수산부 장관은 조코위 정부를 떠받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의 측근이다. 공교롭게도 둘은 그린드라당 창당 주역으로 각각 총재(프라보워), 재정담당(에디)을 맡고 있다. 현직 장관들의 잇단 부패 사건이 연립정권 향배, 개각 규모, 정의 실현 등 여러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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