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EU 폰데어라이엔 9일 만찬
꽉 막힌 미래관계 협상, 길 열릴까
EU 측 대표 "합의 가능성 매우 희박"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최고위 지도자가 양측의 미래관계를 결정할 담판에 나선다. 양측은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Brexit) 이후 10개월 넘게 협상을 진행했으나 브렉시트 전환 만료일(31일)을 20여일 앞두고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어떤 협정도 맺지 못한 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번 두 리더의 만남은 '딜 브렉시트'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EU 행정부 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만찬을 갖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1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EU 정상회담 전 마지막 조율을 위한 만남이다. 이날 만찬의 결과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무역·이동 등 전 분야에서 영국과 EU 간 관계가 멀어질 수도 가까워질 수도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측은 만찬장에서 협상 타결까지 기대하지는 않지만 대화에 진전이 있다면 EU정상회담 이후부터 양측 협상이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협상의 핵심은 공정 경쟁환경·어업·기업 지배구조 등 세 가지다.
지난 1월 31일 영국은 EU를 공식 탈퇴했으나 올해 말까지 과도기적으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잔류하고 있다. 연말까지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양측 모두가 높은 관세 등 무역 장벽으로 심각한 경제적 혼란을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측 협상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는 전날 EU 회원국 유럽 문제 담당 장관회의에서 영국과의 합의 가능성에 대해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물론 이날 영국이 국내시장법 개정을 포기하기로 약속하면서 "협상의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평도 있으나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온 것"(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라는 해석도 있다. 협상 진전을 이끌 결정적 약속은 아니라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브렉시트 합의를 무효화 하는 내용의 국내시장법안은 지난 9월 영국 하원의회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됐다.
EU 측은 '양보는 더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가장 이견이 큰 어업과 관련, 클레망 본 프랑스 외무부 유럽 담당 국무장관은 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협상 속에서 어업과 어업인이 희생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바르니에 대표 역시 "단기적 정치적 목표(합의)를 위해 장기적 이익을 희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만찬에서 진전이 없다면, EU 정상들이 이튿날 열리는 정상회의를 통해 EU 집행위에 노딜 브렉시트 비상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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