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100만원 안된다"며 검사 불기소한 검찰 비판
조상호 변호사 "검찰, 검사들에게 유리하게 계산"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검사님들을 위한 99만원짜리 불기소 세트에 (웃음이) 빵 터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검찰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술접대 자리에 참석한 검사 2명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제기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독특한 산수를 적용해 검사들을 봐줬다고 비꼬았다.
조 전 장관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의 산수'란 글을 올렸다. 검사 1인당 술값이 100만원 미만으로 나온 것으로 계산해 검사 2명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을 꼬집은 것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김 전 회장으로부터 100만원 이상 향응을 수수한 A검사와 접대자인 김 전 회장, 검사들과 김 전 회장을 소개한 B변호사 등 3명을 각각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술접대 자리에 함께 있었던 C·D검사는 불기소 했다. 술자리 도중인 오후 11시에 귀가해 향응 수수 금액이 100만원이 안됐다는 게 이유다.
조국, SNS에 '조용한 윤석열' 기사도 올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술접대 비용 계산 설명. 조국 페이스북 캡처
조 전 장관은 검찰이 C·D검사에게 적용한 산수를 추정해 자세히 풀어썼다. C·D검사가 오후 11시에 귀가했는데, 이들에게는 이때까지 마신 술값만 따로 적용해 향응 수수 비용이 100만원이 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는 "(술접대가 있던) 강남구 청담동 술자리 총비용 536만원 중 밴드 비용 및 유흥 접객원 비용 55만원을 빼면 481만원"이라며 "481만원을 5명(A·C·D검사, 김 전 회장, B변호사)이 나누면 (1인당 술값은) 96만2,000원"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96만2,000원이 100만원보다 적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며 두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참석자들이 오후 11시 이전에는 술만 마셨고, 오후 11시 이후 비로소 밴드를 불렀느냐"며 "유흥 접객원은 오후 11시 이전에는 일체 서비스를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상 두 점과 관련해, (문제 제기한 게 맞는다면) 오후 11시 이전에 19만원을 초과한 서비스(를 이용했고), 5인으로 나누면 1인당 약 4만원(을 쓴 것)"이라며 "(이를 더하면 총비용은) 500만원이 넘게 되고 5인으로 나누면 (1인당 쓴 술값은) 100만원이 넘는다"고 꼬집었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침묵하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비판했다. 그는 '오보라던 그들의 술자리, 총장도 검사들도 조용'이란 한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 기사 메인 사진에는 윤 총장의 얼굴이 크게 실렸다. 조 전 장관은 또 한 누리꾼이 올린 '99만원 불기소 세트' 이미지를 공유하며 검찰의 검사 감싸기를 비꼬았다.
조상호 변호사 "술값 자리·시간별로 끊어 계산, 이게 맞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페이스북에 공유한 한 누리꾼의 이미지. 조국 페이스북 캡처
검찰이 검사들을 봐주고자 유리한 방식으로 결론을 도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조상호 변호사는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술값을) 자리별로, 시간별로 끊어서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결론을 도출한 게 과연 맞는지 의문"이라며 "이 사건은 (김 전 회장이) 방을 3개를 잡았는데, 검사들과 변호사가 함께 술 먹은 한 방만 계산해 536만원을 분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액에서 (C·D 검사 귀가 이후) 밴드가 들어온 비용은 빼야 하고, 그 이후 접대 여성에게 지급한 팁은 빼야 한다는 논리"라며 "김 전 회장은 술을 (검사들이 없는) 다른 방에서 먹었는데 왜 5분의 1로 계산하느냐"고 비판했다. 조 변호사는 이에 대해 "명백한 검사 봐주기 수사"라며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김영란법을 적용한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또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 사람으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잘못된 걸 보여줬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검사들이 자신들의 비위 사건과 관련해 '이게 누구 라인이냐'가 중요한 게 아닌 검사동일체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변호사는 "김영란법이 제정됐을 때 판사들과 우려를 많이 했다"며 "검사들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건을 무죄로 판결하면 (판사의) 사돈의 팔촌까지 털어 판사를 욕보이는 데 (김영란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검사들도 '기소권은 우리에게 있는데 동료 검사를 기소할 일이 있겠느냐. (김영란법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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