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거포 박정아(27ㆍ도로공사)가 드디어 살아났다.
도로공사는 8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V리그 3라운드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5 25-22 19-25 21-25 15-9)로 승리했다. 이로써 도로공사는 시즌 초 6연패 뒤 3연승을 달리며 승점 11(4승 7패)을 확보, 중위권 다툼에 본격 뛰어들었다. 여전히 순위는 6개 팀 가운데 5위지만 시즌 초반 긴 연패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데 성공했다.
에이스 박정아가 살아나면서 이뤄낸 성과다. 박정아는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4득점에 공격 성공률 38.1%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일 기업은행전(25점ㆍ35.8%), 4일 현대건설전(31점ㆍ51.8%)에 이어 세 경기 연속 맹활약하며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특히 8일 5세트에서는 공격 점유율 44.4%에 성공률 50%까지 끌어 올리며 에이스의 역할을 다했다.
박정아는 9일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경기 초반 서브가 잘 들어가면서 1, 2세트를 쉽게 풀어갔는데 3세트부터 범실이 많아지고 집중력이 떨어졌다”면서 “상대 현대건설의 수비력까지 살아나면서 5세트까지 가는 어려운 경기가 됐다. 경기 중반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아는 올 시즌 시작부터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개막 이후 8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경기(10월 28일 인삼공사전ㆍ36.1%)를 제외하고 모두 공격 성공률 30%를 넘기지 못했다. 경기당 득점도 평균 10.1점에 불과했는데 특히 지난달 11일 GS칼텍스전에서는 단 4득점에 공격 성공률 14.8%에 그쳤다. 2011년 데뷔 이후 10시즌 동안 개인 통산 공격 성공률이 37.3%인 점을 고려하면 역대 최악의 부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에이스가 막히자 팀 성적도 추락했다. 도로공사가 팀 리시브 1위 디그 2위로 여전히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했기에 박정아의 공격 부진은 더욱 아쉬웠다. “연패가 길어져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박정아는 “시즌 초반부터 공격 리듬이 잘 안 맞았고, 잘 안풀리다 보니 마음이 급해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더 리듬이 끊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면서 “최근 팀의 6연패와 제 부진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부진 탈출을 위해 여러 방법을 써 봤지만 별 무소득이었다고 한다. 부진의 원인에 대해서도 김종민 감독은 “세터 이고은과 호흡을 더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박정아는 “그냥 제가 개인적으로 잘 안됐던 것”이라며 “스윙 연습도 많이 하고 경기 영상도 많이 보는 등 이것저것 해 봤지만 잘 안됐다”라고 말했다.
코치진 및 동료들과의 많은 대화가 도움이 됐다고 한다. 박정아는 “(배)유나 언니와 많은 얘기를 나누는 편인데 ‘자세가 앞으로 무너지면서 상대 블로킹을 살피지 않는다. 좀더 신경 쓰고 스윙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세 경기에선 공격성공률을 43.7%까지 끌어올리면서 완전히 제 기량을 회복했다.
박정아의 공격이 살자, 팀의 ‘원투 펀치’의 한 축인 외국인 선수 켈시도 여유가 생기면서 성공률이 40%대까지 치솟았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도 “박정아가 살아나니 켈시도 공격하기 훨씬 수월해졌다”고 평가했다. 박정아는 “시즌 초반부터 연패가 너무 길었다. 이제 바닥을 치고 분위기를 찾아온 만큼 올라갈 일만 남았다”면서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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