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가량. 하지만 이날 민주당은 공정거래법 등 재벌개혁 법안 처리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범(凡)여권으로 분류되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정무위원회에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다.
이날 민주당은 정무위 전체회의를 열고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사참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이들 법안 모두 국민의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쟁점 법안을 90일 내 심의하는 기구)에 회부됐으나, 속전속결 처리가 예상됐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동수 총 6명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민주당(3명)과 정의당(1명)만으로 안건 처리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4명)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적 우위를 토대로 국민의힘의 ‘법안 처리 지연’ 전략을 가볍게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우군’으로 예상됐던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현미경 심사에 나서면서다. 배 의원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조사하는 ‘사회적 참사 특별위원회(사참위)’ 활동 기한을 2022년 6월까지 1년 6개월 연장하는 사참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세월호ㆍ가습기 진상규명을 위해선 사참위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 강제 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배 의원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이날 오전 9시 30분에 시작된 회의는 정회를 거듭하다, 오후 4시 40분쯤에야 사참위에 압수수색 청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다. 안건조정위원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정의당 복병을 만났다”고 했다.
향후 공정거래법 개정안 논의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안건조정위에 올라온 개정안(정부안)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중대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쟁점은 전속고발권이다. 배 의원은 담합뿐만 아니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등 공정거래법상 모든 불공정행위에 대해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과 재계의 반발을 고려해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 의원은 “공정거래법이 마치 재벌개혁의 최대치인 것처럼 보이지만, 재계 의견이 반영돼 개혁적인 성격이 상당히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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