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 4명 중 1명은 감염경로 불명
백신 2, 3월 도입돼도 바로 접종 어려워
가용 병상 급감... 중환자 사망 위험 커져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잇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도 신규 확진자가 줄지 않는 가운데 7일 기준 감염경로 불명 비율이 26%에 달했다. 지역사회 숨은 감염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10~11월 1%대였던 확진율도 이달 들어 4%로 네 배 뛰었다. 환자 수가 급증하며 의료체계 붕괴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내년 2~3월부터 국내에 순차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본격 접종이 시작될 때까지 국내 방역 체계와 의료 시스템이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 브리핑을 열고 "최대 4,4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며 "이르면 내년 2, 3월부터,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모두 국내에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확보한 4,400만명분 백신은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 기구인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한 1,000만명분과 글로벌 백신기업에서 들여올 3,400만명분이다. 제약사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에서 2,000만회분, 화이자에서 2,000만회분, 모더나에서 2,000만회분, 존슨앤드존슨에서 400만회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존슨앤드존슨을 제외한 3개 회사는 1인당 2회 접종을 기본으로 한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선구매 계약 체결이 완료돼 내년 2~3월부터 단계적으로 국내에 백신이 공급된다. 나머지 회사들과도 구매약정서(화이자·존슨앤드존슨)나 공급확약서(모더나) 등을 체결해 물량을 확정했다.
다만 백신이 국내에 도입된다 해서 바로 접종하는 건 아니다. 영국은 이날부터, 미국도 연내 접종을 시작할 예정인데, 해당 국가들 상황을 지켜본 뒤 접종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혹시 모를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것이다. 박 장관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 백신 외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 되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라도 접종을 강행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물량을 미리 충분히 확보해두되, 각 백신이 어떤 대상에 더 효과적이고 안전성이 높은지를 검토한 뒤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접종 시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복지부는 "상황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 신속하게 접종을 실시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도 이어진 정례브리핑에서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철저히 준비해서 '외국과 비교해도 늦지 않게 접종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급박하다는 점이다. 이날 0시 기준 594명 등 최근 5일 연속 6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가용 병상이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환자의 70~80%가 집중된 수도권에서 병상 부족이 극심하다. 경기도에서는 병상이 없어 자택에 대기하는 환자가 이날 0시 기준 366명에 달했고, 서울시도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부랴부랴 서울의료원 본원에 컨테이너형 이동병상 54개, 분원에 60개 등을 설치하고 있다. 의료계 한편에선 컨테이너처럼 불완전한 의료자원을 쓰기보다 숙련된 의료자원을 갖춘 민간병원의 병상을 적극 활용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도권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중환자 전담치료 병상도 26개로 줄어 자칫 위중한 환자가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현 상황에서 의료 체계의 과부하를 우려하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서울시청에서 주재한 수도권 코로나19 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해 "수도권이 무너지면 방역 시스템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언제 시작될지 불확실한 만큼 의료 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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