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기소 이후 정관계 로비로 방향 틀어
김봉현 "여권에 돈 줘"→"안 줬다" 말 바꿔
검찰이 8일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술접대 대상으로 지목된 현직 검사를 기소함에 따라,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검찰 수사의 초점은 여·야 정치인 로비 의혹 쪽으로 다시 맞춰질 전망이다. 그러나 돈을 줬다고 주장하던 김 전 회장이 진술을 뒤바꾼 상황이라 로비 의혹을 밝혀야 하는 검찰 수사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남부지검의 검사 향응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부분은) 현재 수사 중에 있다"며 아직 사법처리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조사 횟수는 많았지만 수사 대상자가 많고 사안이 복잡해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사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검사 향응보다 진도 늦은 정치권 로비 수사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 전 회장이 여권을 대상으로 금품로비를 했다는 것을 적극 진술한 시점은 자신이 체포된 직후인 4월 말부터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5월 2일부터 10월 15일까지 167일간 총 66회 소환조사를 받았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여권 인사들은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등이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은 야권 정치인인 고검장 출신 윤모 변호사에 대해서도 검찰에 진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변호사에게 법률자문료 명목으로 2억2,000만원을 송금했고, 라임 펀드의 판매 재개 관련해 우리은행에 로비를 부탁했다는 제보였다.
그러나 정치권 로비에 집중됐던 라임 수사는 지난 10월 김 전 회장의 옥중 편지가 공개되면서 급선회했다. 그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와 현직 검사에게 1,000만원대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했고, 법무부가 수사를 의뢰하면서 라임 수사의 큰 흐름이 정치권 로비에서 '검사 향응' 쪽으로 바뀐 것이다.
김봉현의 달라진 진술이 막판 변수
검사 향응 사건을 처리하면서 급한 불을 끈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은 여야 정치인 로비와 관련한 수사를 본격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0월에 기동민 의원과 김갑수 전 부대변인 등 일부 여권 정치인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지난달 초 윤 변호사의 사무실·주거지 및 우리금융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김봉현 전 회장이 여권 정치인 부분에 대한 과거 진술을 스스로 부정함에 따라, 검찰의 정치권 로비 수사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로 여권 정치인 로비 의혹을 진술해야만 했다"며 "여권 정치인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돈을 줬다는 쪽과 받았다는 쪽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정관계 로비 수사가 '용두사미'로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수사팀은 김 전 회장의 바뀐 진술이 오히려 더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어, 당분간 정관계 로비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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