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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손해" "갈수록 가입 힘들어져"... 벼랑끝 치닫는 실손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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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손해" "갈수록 가입 힘들어져"... 벼랑끝 치닫는 실손보험

입력
2020.12.09 04:30
수정
2020.12.09 10: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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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기는 '실손 위기']
<상>이대로는 모두가 피해자

과다 진료가 늘어나며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면 실손보험 제도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보험업계를 감싸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과다 진료가 늘어나며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면 실손보험 제도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보험업계를 감싸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몇 년 전 굽 높은 신발을 신고 걷다 발을 삐끗한 김모(37)씨의 병원 진료비 청구서에는 총 1,263만5,540원이 찍혔다. 처음엔 통원으로 시작한 김씨의 물리치료는 어느 순간 36일 간의 입원 치료로 바뀌었고, 한 달 반의 치료 기간 동안 김씨가 주로 받은 건 건강보험 '비급여'에 해당하는 체외충격파와 도수치료였다.

김씨가 전체 진료비의 95%에 달하는 비급여 진료를 140여회나 받을 수 있었던 건 '실손의료보험' 덕분이었다. 과다 시술이 의심됐지만, 보험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김씨에게 1,195만원가량을 지급했다.

수년째 적자 규모를 키우고 있는 국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영업이 올해도 이렇다 할 반전을 이루지 못한채 한 해를 넘기게 됐다. 실손보험은 비단 보험사만의 위기가 아니다. '의료 쇼핑'으로 과실을 챙기는 일부 가입자를 제외하면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에게 폐해가 누적된다. 이대로 큰 변화가 없다면, 조만간 실손보험 제도 자체가 붕괴될 거란 위기감이 높다.

계륵 된 '적자 주범' 실손보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손해보험사들의 누적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7,383억원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조5,921억원)보다 9.2%나 증가한 규모다.

보험사가 거둔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하는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0%를 넘은 지 오래다. 이대로라면 올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손실액(2조4,313억원)을 가볍게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업계 곳곳에서 나온다. 코로나19로 의료기관 이용이 줄어 올해는 손실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진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일부 병원과 환자들의 과도한 의료(실손보험 이용)에서 비롯된다. 병원은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싼 '비급여 항목' 진료를 권하고,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실손보험 가입자는 이에 적극 응하는 구조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손보험금 지출 부담은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누적되는 영업 손실에 보험사들은 자산을 팔아가며 겨우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가 보유 채권을 팔아 만든 투자이익이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한 비중은 생명보험업계가 62%, 손해보험업계에선 무려 87%를 차지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지난해 순이익은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고 푸념했다.

실손보험 지속 가능성에 의문... 피해는 고객에게

실손보험 판매사 수는 줄어들고, 이에 기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가입 허들을 높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실손보험 판매사 수는 줄어들고, 이에 기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가입 허들을 높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손실을 메우지 못한 보험사가 하나둘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면서 보험가입 수요는 남은 보험사에 몰리고 있다. 한 때 30곳에 달하던 실손보험 판매사는 이제 19곳으로 줄었다.

남은 보험사는 가중되는 부담을 견디지 못해 신규가입 가능 연령을 대폭 낮추는 등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의 갱신시 보험료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피해가 95%에 달하는 선량한 일반 가입자에게 다시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보험사가 어느정도 버티려면 부담이 늘어난만큼 적정한 보험료 인상이 따라야 하지만, 정부의 규제로 보험료 인상엔 한계가 있다.

자동차보험처럼 사고를 많이 내면 보험료가 할증되는 구조가 아닌 것도 문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입원 환자 기준 전체 청구자 중 상위 1%가 전체 발생손해액의 15%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상 제도가 일부의 '의료쇼핑'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조만간 할증·할인 방식의 보험료 차등제를 채택한 4세대 실손보험 제도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가입자에게만 적용돼 완전한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율 산출과 책정 과정에 정부 입김이 닿을수록 시장 왜곡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더 늦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개선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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