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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이 빚은 평화 그리고 '제주도가 스승'

입력
2020.12.10 04:30
수정
2020.12.10 13:0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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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아체 공개 태형

편집자주

인도네시아 정부 공인 첫 자카르타 특파원과 함께 하는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 통일)'의 생생한 현장.

아체의 상징인 반다아체 대사원 마스지드 라야 바이투르라만. 반다아체=고찬유 특파원

아체의 상징인 반다아체 대사원 마스지드 라야 바이투르라만. 반다아체=고찬유 특파원

수마트라섬 서북단의 아체 지역은 인도네시아의 별종이다. '메카의 테라스'라는 별칭에 걸맞게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샤리아(이슬람 관습법)가 실질 지배하는 땅이다. 동남아 첫 이슬람교 전파지라는 학계 연구도 있다. 16세기 이후 말라카해협 초입의 무역항으로 성장하면서 각국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현지인들은 아체(ACEH) 지명이 아랍(Arab) 중국(China) 유럽(Europe) 인도(Hindu)의 머리글자 조합이라고 얘기한다.

아체인들은 인도네시아가 350년간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을 때도 강력한 무장 투쟁으로 딱 46년만 점령당했다는 자부심도 드러낸다. "수많은 군인이 전사해 세계에서 네덜란드 다음으로 가장 큰 네덜란드인 묘지가 있다"고 할 정도다. 외세에 굴하지 않은 역사가 전통과 종교 관습을 중단 없이 이어가는 뿌리인 셈이다.

인도네시아 독립 이후 영토에 편입됐으나 잦은 소요를 일으켰고, 1959년 자치권을 얻은 뒤에도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미국 기업과 결탁한 중앙정부의 석유 착취에 맞서 1976년 분리 독립을 내건 자유아체운동(GAM)이 내전을 일으켰다. 외부와 단절된 채 30년 가까이 수많은 목숨이 스러졌으니 다른 지역인들에게 곱게 보일 리 없다. 아체에 대한 편견은 이때부터 깊어졌다.

반다아체 시내에 있는 쓰나미 박물관 전경. 반다아체=고찬유 특파원

반다아체 시내에 있는 쓰나미 박물관 전경. 반다아체=고찬유 특파원

역설적이게도 대재앙이 평화를 선사했다. 2004년 12월 26일 동남아 쓰나미로 아체에서만 17만명이 숨지자 인적ㆍ물적 투쟁 기반이 무너진 GAM은 참사 이틀 뒤 중앙정부에 휴전을 선언했다. 2005년 7월 양측은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이듬해 선거를 통해 지금의 아체특별자치주가 탄생했다. 당시 제주특별자치도 사례를 본뜬 것으로 전해진다. 쓰나미 피해 복구에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적극 나서면서 교류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자카르타 포함 34개 주(州)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엔 특별자치주가 두 개 있다. 자바섬의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 독립을 지원한 덕에 술탄이 지배하는 '공화국 속 이슬람왕국'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아체는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려는 투쟁을 바탕으로 자치권을 얻어냈다.

대사원 마스지드 라야 바이투르라만의 야경. 반다아체=고찬유 특파원

대사원 마스지드 라야 바이투르라만의 야경. 반다아체=고찬유 특파원


반다아체=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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