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사장 물러나고 존림 부사장 승진 내정
위탁생산에 개발까지 아우르는 경쟁력 강화 시점
"적임자 위해 용퇴"… "사법리스크 부담" 해석도
지난 2011년 설립 때부터 1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어 왔던 김태한(63)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사장이 물러난다.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굵직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수주를 따내며 올해 연매출 '1조 클럽' 진입을 코앞에 두고 존림(58) 부사장에게 자리를 내어 준다.
업계에서는 장기전이 예상되는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글로벌 종합 바이오기업으로의 도약 시기임을 고려한 세대 교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림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고 밝혔다. 2011년 출범 당시 대표로 선임됐던 김태한 사장은 올해 초 4번째 연임에 성공해 당초 임기는 2023년 3월까지였다.
회사 측은 "김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지만 전문성을 살려 계속 회사에 자문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태한 사장의 거취는 삼성의 올 1월 정기 인사 때도 관심이었다. 당시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준법경영'이었고 분식회계나 노조와해 의혹 등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경영진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던 시기였다.
김태한 사장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에만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김 사장이 연임하자 업계에선 "창립 멤버인 그에게 임기 동안 분식회계 사태를 마무리하라는 데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평이 돌기도 했다. 김 사장은 올해도 검찰 소환조사를 반복해 받았고 지난 10월에는 검찰의 횡령 혐의 추가 기소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회사의 중요한 전환기에 수년간 이어질지 모르는 재판 압박이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8월 제4공장 건립을 확정 지으면서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 중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바이오산업 중심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위탁개발(CDO) 연구개발(R&D) 센터도 열었다.
초기 삼성바이오는 CMO에 집중했고 CDO 사업은 지난해 뛰어들었다. 이번 CDO R&D 센터를 활용하면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과 물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다. CDO 수주에 성공하면 CMO 계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개발과 생산을 연계해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게 삼성바이오의 전략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김태한 사장의 사업능력은 CMO에 치우쳐 있고 지금 삼성바이오는 생산뿐 아니라 개발 능력도 함께 끌어올려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 시점에 김 사장이 더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느냐, 새로운 적임자가 있느냐를 기준으로 인사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임인 존림 내정자는 헬스케어 분야 글로벌 톱 제약사인 로슈와 제넨텍에서 개발 총괄직과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역임했고 2018년 9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합류해 제3공장 운영을 총괄해 왔다. 삼성바이오 측은 "존림 사장은 글로벌 제약사에서 성공 노하우와 경험이 풍부하다"며 "삼성 바이오 제약 사업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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