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안 쓰고 촬영 중 호텔 내부 돌아다녀
호텔 "일반인은 마스크 안 쓰고 입장 못해" 당혹
방송·제작사, 연예인들 '코로나19 불감증' 우려
직장인 A씨는 최근 서울 소재 5성급 호텔을 갔다가 인기 배우 B씨와 마주쳤다. 해당 호텔에선 B씨가 출연한 드라마가 촬영 중이었다. 평소 팬이던 A씨는 B씨를 향해 반가움을 표시한 것도 잠시, 그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정부가 8일부터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나머지 지방자치단체는 2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일부 연예인들의 '코로나19 안전불감증'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정부는 공공 장소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지침을 시행 중이지만 일부 스타급 연예인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 일이 목격돼 연예계 관계자들과 장소제공을 한 호텔 등 기업이나 관계 기관 측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일 B씨의 드라마 촬영 지원을 한 해당 호텔 관계자는 "촬영 스태프들은 거의 마스크 썼지만 몇몇 배우들이 마스크 없이 로비를 거닐고 엘리베이터를 탑승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호텔 측은 또 다른 드라마를 촬영하러 해당 호텔 내부의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중견 배우 C씨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가 도리어 핀잔을 받았다. C씨가 "메이크업을 해야 해서 마스크를 쓸 수 없다"며 아무렇지 않게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같이 있던 매니저가 "주의하겠다"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이 호텔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고객은 입장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기에 호텔 측으로서는 난감해 할 수밖에 없었다.
호텔업계, 마스크 미착용 고객 입장 자체 막는데...
코로나19 여파로 호텔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방역 수칙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호텔을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발열온도 체크는 물론 손소독제 사용, 출입 명단 기입 등 깐깐하게 확인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는데, 자칫 감염자라도 나오면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마스크 착용 여부는 철저하게 따르도록 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5성급 호텔 측은 "입장하는 고객뿐만 아니라 호텔 밖 차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내리려는 고객에게는 마스크를 착용해 주십사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뷔페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아예 입장을 못하게 하고, 비치된 비닐 장갑을 껴야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 일반 고객들은 호텔의 이런 움직임과 관계 없이 코로나19을 경계하면서 스스로 방역 지침을 철저히 따르는 분위기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마스크 쓰는 걸 어기는 일반 고객은 거의 없다"면서 "호텔에서 B씨 처럼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의 행동을 다른 고객들이 봤다면 호텔이 방역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의심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배려를 '특권'으로 착각하는 연예인..."신이 내린 직종 아냐"
정부는 지난달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다중 이용시설이나 대중교통, 종교시설 등 지정된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으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고 있다. 단 과태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뒀는데 TV 등 방송 출연자나 연예인이 이에 속한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특권이 주어진 건 아니다. 방송 출연이 '밥벌이'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정부에서 '배려'를 해 준 것뿐이다. 물론 아주 특별한 상황으로 한정했다. 공연을 하는 이들에겐 무대에 머물 때만, 촬영을 하는 연예인에겐 카메라가 돌아갈 때만 한정적으로 예외 상황을 둔 것. 이동할 때 등 카메라가 꺼진 상황은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반면 연예인과 함께 촬영하는 방송 관계자들은 예외 대상이 아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카메라가 돌아가더라도 방송국 스태프와 방청객 등 촬영 관계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이 이런 배려를 특권으로 착각하는 데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들을 향해 "신이 내린 직종이냐"며 비판하기도 한다.
한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정부에서 방송 촬영할 때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를 뒀는데, 일부 연예인은 촬영과 관련한 모든 상황이 적용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종합편성채널 관계자는 "문제는 모범을 보여줘야 할 스타급 및 중년 연예인들이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방송 촬영 중 코로나19에 노출되면 촬영이 올스톱 될뿐 아니라 그 책임은 결국 방송사가 지게 된다"고 답답해 했다.
스태프는 '단톡방' 통해 서로 단속...연예인은 '알아서 조심'
드라마나 예능 등 프로그램 한편을 촬영하는데 보통 100명 넘는 인원이 참여한다. 많은 사람이 모여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낮춰서는 안된다.
때문에 촬영 현장의 방역은 제작사들이 관리하고 있다. 제작사들은 스태프들이 모인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단톡방)을 만들어 방역 수칙과 중요한 코로나19 상황을 계속 알리면서 촬영에 지장이 생기지 않게 당부하고 있다. D 드라마 제작사 측은 "촬영이 있으면 매일 아침마다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수칙을 꼭 전달하고 있다"며 "스태프들 사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절대 안된다고 강조하고 서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도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촬영이 많은데 오늘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돼 특히 더 주의를 하고 있다"면서 "단톡방을 통해 스태프들의 전날 동선을 파악하고 특이 사항을 아침마다 확인하는 작업을 거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방송 촬영 스태프들의 단톡방은 이른바 '단속방'으로 불릴 정도다. 제작사들에 따르면 단톡방에는 "코밑으로 마스크 내리지 마세요" "실내 공간에서 촬영 시 마스크 꼭 착용세요" "턱스크(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리는 경우) 안됩니다" 등 마스크 착용에 대한 수칙을 끊임없이 공유한다.
하지만 이 단톡방에는 배우 등 연예인들은 빠져 있다.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은 따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대부분의 매니지먼트사들은 대외적으로 "마스크 착용 등 기본 방역 수칙은 철저히 따른다"고 말하지만, 촬영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여러 방송사 관계자들의 걱정이다. 이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연예인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때면 "우리는 긴장감 속에 잘 지키고 있는데, 일부 연예인들의 돌출 행동에 가슴이 철렁거린다"는 스태프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에 노출된 제작 현장은 모든 게 멈춰버린다. 실제로 지난달 말 방송가는 드라마 10여 편의 촬영이 줄줄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여러 드라마에 겹쳐서 출연하는 보조출연자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SBS '펜트하우스', MBC '나를 사랑한 스파이', tvN '철인왕후', JTBC '허쉬' 등 드라마 촬영이 멈추는 홍역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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