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탈출...왜? 세금비용 절감, 코로나19 근무환경 변화
전문가 "뉴욕 지방득세 최고 13%, 플로리다, 텍사스, 네바다주 같은 지방소득세 없는 지역과 대비돼"
세계 금융 중심지인 미국 뉴욕 맨해튼 월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IB)를 비롯해 월가에 사무실을 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본사나 핵심 사업부를 다른 도시로 이전하는 ‘탈(脫)뉴욕’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싼 물가와 살인적인 세금 영향이 큰데,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면 월가의 명성과 위상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뉴욕에 본사를 둔 골드만삭스가 핵심 조직인 자산운용 사업부를 플로리다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현재 플로리다주 남부에 새로운 사무실을 물색 중이며, 주 당국과 세제 혜택 등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굿바이 뉴욕’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10월에는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내년쯤 본사를 맨해튼에서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410억 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엘리엇은 과거 한국에서도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반대하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공격하는 행동주의 투자 활동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세계적 자산운용그룹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본사를 50년 넘게 있던 뉴욕에서 테네시주 내슈빌로 옮겼고,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컨과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 폴 튜더 존스 등도 자신의 투자회사를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옮겼다.
여기에 월가의 대표 금융사이자 맨해튼 본사 일대를 ‘골드만시티’로 만들었던 골드만삭스마저 핵심 본부를 플로리다주로 옮길 경우 ‘금융 허브’ 뉴욕의 지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비록 그룹 전체가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연 매출이 약 80억달러(약 8조6,660억원)에 달하는 자산운용 부문이 이전할 경우 월가의 명성에 금이 가는 건 시간문제다.
이 같은 현상은 세금 비용 절감과 코로나19에 따른 근무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뉴욕은 미국 내 최고 수준의 부동산 임차료와 세금, 인건비를 물고 있어 금융회사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반면 플로리다 등 일부 주는 소득세와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데다, 물가 역시 뉴욕의 70~8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욕시가 5만달러(약 5,585만원) 이상 연봉자에게 부과하는 지방소득세는 최고 13% 수준인데, 이는 플로리다, 텍사스, 네바다주처럼 지방소득세가 아예 없는 지역과 대조된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소득세가 낮은 지역으로 이전하는 현상은 국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재정난에 처한 뉴욕주는 부유세를 신설하는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자신의 주소지를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옮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전 이유를 세금 문제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금융회사는 월가에 거점을 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으로 근무 형태가 바뀌고 금융중심지가 아닌 곳에서도 원격업무가 가능하게 된 점이 탈뉴욕을 가속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월스트리트 아이콘의 이 같은 이전 고민은 뉴욕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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