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1대 총선 이후 최대 '기회'를 맞았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당긴 방아쇠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동반 하락으로 이어지고, 피로감에 지친 민심이 국민의힘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여전히 느슨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 국회 가결일(9일)에 맞춰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과오를 사과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자중지란을 벌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7일 '대국민 사과를 못할 바에야 위원장을 그만두겠다'고 버티면서 ''기회'를 '위기'로 날려버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근혜 '사과' 놓고 엇갈린 지도부
7일 당 비상대책회의에 앞선 비공개 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을 말렸다. 주 원내대표는 "4월 총선 직후 비대위원장으로 오셨을 때 사과를 하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 등을 앞두고 우리 당에 낙인을 찍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는 당내 반대 기류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그래도 사과는 해야 하는 일"이라며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지 못한다면 내가 비대위원장을 하는 의미가 뭐가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대국민 사과" vs "난데없는 사과"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당내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여권의 잇단 실책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데, 굳이 대국민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들출 필요가 없다는 게 반대파의 논리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폭주를 막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김종인 위원장이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단 한 번의 의원총회도 거치지 않아 대국민 사과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사과를 강행하는 건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도 페이스북에서 "김 위원장이 굳이 '뜬금포' 사과를 하겠다면,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그 자체부터 사과해주셔야 맞지 않는가"라는 감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과거를 꼬집은 것이다.
당 사분오열… 중도층 잡을 '기회' 놓칠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지지율은 31.3%, 민주당은 29.7%로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당층이 18.0%로 8월 첫째주(16.3%)이후 최고치에 달하는 것은 국민의힘으로선 고무적이다. 무당층의 증가분은 민주당 지지를 일시적으로 거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김종인 리더십'을 놓고 국민의힘이 입씨름을 할 수록, 민심은 다시 등 돌릴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이 지지율 박스권을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감을 비롯한 '수구적 과거'와 말끔히 결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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