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노을, 영화 '마션'처럼 붉고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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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노을, 영화 '마션'처럼 붉고 아름다울까

입력
2020.1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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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고재현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교수

편집자주

분광학과 광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고재현 교수가 일상 생활의 다양한 현상과 과학계의 최신 발견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알기 쉽게 조망합니다

영화 '마션'에선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절망감에 쌓인 채 붉은 노을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스페이스X 사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최근 2026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 우주항공국도 2030년대에 화성 유인 탐사를 성공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런 구상들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지만 화성은 인류가 지구 외에 처음으로 진출할 행성으로는 항상 1순위로 꼽힌다.

그러나 인류가 성공적으로 화성에 도착하더라도 거기서 영위할 삶은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인 희박한 대기는 둘째 치고라도 화성 지표면으로 쏟아질 태양의 자외선과 방사선의 일종인 태양풍은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화성의 이런 척박한 환경은 맷 데이먼이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를 연기했던 영화 '마션(2015)'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영화에선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와트니가 붉은 언덕 위에 앉아 절망감에 싸인 채 노을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지구와 다름없이 붉게 물드는 노을의 친숙한 모습은 아마 와트니에게 심적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미래에 화성에 둥지를 튼다면 향수를 불러일으킬 붉은 노을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화성 탐사 로봇들이 보내온 사진에 의하면 화성의 석양에 지평선으로 내려오는 태양과 주변광은 차가운 느낌의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 붉은색 토양과 노르스름한 하늘색의 화성에 익숙한 우리에게 그곳의 푸른색 태양은 매우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구와는 다른 색의 노을빛을 과학자들은 어떻게 설명할까.

지구의 노을은 왜 붉을까?

화성의 대기로 떠나기 전에 지구의 하늘을 먼저 살펴보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지구의 하늘은 청량감을 주는 푸른색이다. 대기가 없는 달에서 보는 하늘이 칠흑 같은 검정임을 생각하면 지구의 하늘을 푸르게 만드는 원인은 대기임이 분명하다. 더 정확히는 창공 위 공기 분자들이 일으키는 빛의 산란이 원인이다.

지구의 풍성한 대기를 상징하는 푸른 하늘과 구름. 지구의 하늘이 파란 이유와 노을이 붉은 이유는 모두 레일리 산란 때문이다. 고재현 제공

산란이란 빛이 어떤 대상을 만나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공기 분자처럼 작은 입자에 입사된 빛은 입자 속 전자 구름을 진동시킨다. 이로 인해 흔들리는 전자는 빛을 방출하는 일종의 안테나처럼 행동한다. 즉 자신에게 입사하는 빛을 받아 사방으로 뿌리는 것이다. 그런데 공기 분자에 의한 산란 효과는 색깔에 따라 매우 다르다. 햇빛을 이루는 무지갯빛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을 가장 강하게 산란시키고 파장이 긴 빨간색으로 갈수록 산란 정도는 줄어든다.

우리가 빛의 색을 감지하기 위해선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있어야 한다. 어둠 속에서 켠 손전등의 빛을 볼 수 있는 건 불빛의 궤적 속 먼지와 부딪힌 빛이 산란되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빛에 반응하는 대기가 없는 달에선 하늘을 가로질러 진행하는 빛의 방향이 꺾여 달 표면 위 우주인의 눈으로 갈 수 없다. 눈에 들어오는 빛이 없다면 우주인에게 하늘은 까맣게 보인다. 지구의 풍성한 대기를 지나는 햇빛은 공기 분자에 의해 끊임없이 산란되어 사방으로 흩어지고 그 일부가 하늘을 바라보는 우리 눈으로 들어온다. 특히 산란이 가장 많이 되는 파란색 빛이 주로 눈에 입사하니 지구의 하늘은 파랗게 보인다.

지구에서 바라보는 노을. 레일리 산란으로 인해 붉게 변한 빛이 사방을 붉게 물들인다. 고재현 제공

공기 분자처럼 미세한 입자들이 파장이 짧은 빛을 주로 산란시키는 현상을 레일리(Rayleigh) 산란이라 한다. 이 산란은 저녁 무렵 보이는 붉은 노을의 원인이기도 한다. 석양 무렵 햇빛이 통과하는 대기의 두께는 매우 두껍다. 그 속을 통과하는 와중에 파란색 빛은 레일리 산란에 의해 주변으로 달아나고 산란이 덜 되는 노랑 및 빨강 빛이 주로 살아남아 우리 눈에 들어온다. 붉게 변한 빛이 구름까지 같은 색으로 물들이면 우리에게 친숙한 석양의 풍경이 펼쳐진다.

화성에서 보는 노을이 푸른 이유

지구 지름의 약 3분의 1에 불과한 크기의 화성은 중력도 약해 공기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공기 분자에 의한 레일리 산란 효과가 거의 없고 지구와 같은 푸른 하늘도 보기 힘들다. 대신 화성의 지상은 모래와 먼지가 지배하는 세계다. 오랜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매우 작고 미세한 입자들의 토양은 수시로 일어나는 먼지 폭풍으로 날리며 공중에 부유하고 화성의 하늘을 연분홍색으로 뒤덮는다. 즉 화성의 대기에서 주연은 희박한 공기분자가 아니라 그 속을 떠도는 먼지들이다. 화성이 불그스름한 색깔을 띠는 것은 보통 녹이라 부르는 산화철 때문이다.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가 2007년 2월 화성을 지나칠 때 촬영한 화성의 전체 모습(왼쪽)과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2012넌 8월 찍은 샤프 산의 베이스 모습. 화성이 붉게 보이는 것은 토양 속 산화철 성분 때문이다. 위키피디아

몇 개의 원자가 결합한 공기 분자에 비해 먼지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원자들이 결합한 물질이다. 따라서 입사하는 빛에 대한 먼지의 반응은 분자의 반응과는 현저히 다르다. 먼지가 빛을 변조시키고 산란시키는 패턴은 물리학의 한 분야인 전자기학의 법칙을 엄밀히 적용해 구할 수 있다. 미(Mie) 산란이라 불리는, 먼지에 의한 빛의 산란 분포는 먼지의 크기와 형상, 굴절률 등의 요소에 의해 달라진다.

먼지 입자에 의한 빛의 변조는 매우 복잡한 현상이지만 이를 단순화하면 먼지를 통과하는 빛의 성분, 먼지를 에돌아가는 빛의 성분, 그리고 먼지의 표면에서 반사되는 성분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방파제 사이의 좁은 물길로 들어온 파도가 에돌아서 장애물 뒤로 가는 것처럼 파동인 빛도 먼지와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그 뒤로 돌아가는 회절 현상이 발생한다.

화상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2015년 4월 촬영한 화성의 노을. 태양도 푸르게 보이고 태양의 주변광도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 NASA 제공

화성의 대지에서 바라본 태양은 왜 푸른색일까. 먼지를 거친 햇빛의 색은 먼지를 직접통과한 빛과 먼지를 에돌아 지나온 빛이 만나 일으키는 간섭으로 결정된다. 수면파의 물이 위아래로 진동하는 것처럼 파동인 빛도 물결처럼 진동하는 전기장을 가진다. 이들의 진동이 최대와 최소를 이루는 곳을 각각 마루와 골이라 한다. 두 빛이 만날 때 마루와 마루가 합쳐지면 두 파도의 산과 산이 만나 물의 높이가 훨씬 커지는 것처럼 빛의 세기가 강해진다. 반대로 한 빛의 마루와 다른 빛의 골이 만나는 곳은 빛의 세기가 약해진다.

화상 탐사 로봇 스피릿이 2005년 5월 촬영한 화성의 노을. NASA 제공

화성 위 탐사 로봇들이 측정한 먼지의 형상과 성분 데이터를 토대로 과학자들이 계산한 결과 화성의 먼지를 직접 통과한 빛과 에돌아 온 두 빛은 만나면 파란색에서 더 강하게 간섭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원래 흰색인 태양이 다소 푸르게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먼지에서 반사되거나 에돌아 주변으로 퍼지는 빛도 태양을 중심으로 약 10도의 시야각 범위에서 파란색 빛의 세기가 훨씬 강했다. 이것이 화성에서 보는 태양 주변에 푸른 산란광이 생기는 원인이다. 결국 화성의 노을이 푸른 것은 대기 속 먼지가 가지는 크기 및 물성이 먼지의 전방으로 산란되는 빛의 성분을 파랗게 만드는 적절한 조건을 가졌기 때문이다.

외계행성의 하늘까지 엿보는 인류

그렇다면 지구에서 푸른 해를 보는 경우는 없을까? 드물지만 푸른 해가 목격된 경우가 간혹 있다. 가령 1883년 크라카타우 화산의 분화, 1950년 캐나다의 거대한 산불 등 대기로 막대한 양의 먼지 입자들이 공급된 후엔 지구 각지에서 푸른 해와 달이 목격됐다. 먼지를 거쳐 전방으로 퍼지는 빛을 푸른색으로 물들일 적절하고 균일한 크기의 먼지 입자들이 대기로 퍼지면 지구에서도 푸른 해를 볼 기회가 생긴다.

먼 미래 인류가 화성뿐 아니라 다른 행성으로도 진출한다면 그곳에서 바라볼 노을은 어떤 모습일까. 대기가 없는 수성에서 볼 하늘은 달처럼 그저 검은색일 것이다. 고온 고압의 열지옥인 금성의 표면에선 짙은 대기 때문에 태양을 볼 수조차 없다. 기체형 행성인 목성이나 토성에 착륙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주변을 도는 탐사선들은 이들 행성의 하늘을 엿볼 수 있다. 2005년 토성을 돌던 카시니 탐사선은 토성의 북반구에서 아름다운 푸른색 하늘을 촬영할 수 있었다. 수소가 주성분인 상층부의 대기가 만든 레일리 산란이 만든 장면이었다.

달(왼쪽)과 수성을 근접 비행한 탐사선에서 촬영한 달과 수성의 하늘 모습. 빛을 산란시키는 대기가 없어 하늘이 검게 보인다. 위키피디아

최근 인류는 하늘을 엿보는 대상을 태양계에서 외계행성으로 넓히고 있다. 남반구 여우자리 방향으로 63광년 떨어진 곳에서 모성을 이틀에 한 번 도는 목성형 외계행성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 행성이 모성의 뒤에 숨을 때 유독 파란색 빛이 약해짐을 확인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외계행성의 표면이 깊은 푸른색을 띤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행성의 하늘색과 노을색은 아름다움이나 경이로움만 주지는 않는다. 거기엔 행성의 대기 성분, 먼지의 크기나 종류, 혹은 먼지가 치솟는 고도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정보가 숨어 있다. 저녁 무렵 볼긋한 노을을 볼 때면 한 번쯤 빛과 물질이 만나 펼치는 색의 향연에 숨은 비밀을 추적해 온 과학자들의 분투에 박수를 보내는 건 어떨까.

고재현 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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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의 물리학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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