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종료(9일)를 코앞에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안) 등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압박에 돌입했다. 174석의 민주당이 막판 협상보다는 힘의 우위로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현실적으로 이를 저지할 카드를 찾지 못하고 여론전에 기대는 모습이다. 의석수의 열세를 감안하더라도, 정기국회 마감 목전까지 너무 여당에 무기력하게 끌려 왔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대여 협상 전략의 한계는 7일 민주당과의 막바지 협상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여야는 공수처법 개정안 등에 대해 추가 협상에 나설 것을 합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여야 원내대표 회동간 결과를 낙관하는 사이 법제사법위 민주당 의원들은 5·18특별법을 단독으로 처리시켰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오전 내내 양당 원내대표가 만난 게 정치적 쇼인지 저희마저도 헷갈리는 상황"이라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원내대표 간 협상은 '페이크'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 협상 태도를 겨냥한 발언이지만, 역으로 국민의힘이 이런 여당의 전략을 눈치채지 못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쟁점법안 강행 처리 방침에 국민의힘은 이날 뒤늦게야 강경 투쟁 방침으로 선회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협상 결렬 선언 이후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우리는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다해서 끝까지 막아낼 것이다. 힘이 모자라면 국민들께 호소하고 하소연하겠다"라며 법의 테두리 내에서 가용한 투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의힘 의원 5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법사위 회의장에서 피켓을 들고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항의하는 농성에 들어갔고, 주 원내대표는 장외투쟁과 의사일정 보이콧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그러나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을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국민의힘이 이날 법제사법위와 정무위원회에서 이용한 안건조정위원회도 민주당의 의지에 따라 무력화 될 가능성이 커, 사실상 효용성이 없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지난 7월 여당의 '임대차 3법' 강행처리에 속절없이 당한 기억을 상기하며, "왜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여론전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 한편에서는 현실적으로 거대 여당에 제동을 걸 수 없는 국민의힘이 여론전을 하기에 가장 유리한 시점에 강경 투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현재 당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마지막 남은 쟁점 법안 저지에 결사 항전의 자세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여론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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