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택 KGC인삼공사 감독은 평소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선수의 몫이고, 그런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건 지도자의 몫이다”라고 강조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만 18세 새내기 이선우가 프로 데뷔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그 믿음에 부응했다.
이선우는 6일 2020~21 V리그 3라운드 기업은행전에서 11득점(공격성공률 38.5%)에 리시브 효율 16.7%, 디그 12개를 기록하며 팀의 3-0 (25-20, 27-25, 25-20) 완승 및 3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다. 이선우는 7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그나마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언니들 덕분”이라며 이날 활약을 선배들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리시브 라인에 (오)지영ㆍ(최)은지 언니와 저까지 셋이 섰지만 제가 많이 부족해서 사실상 ‘2인 리시브’였다”면서 “은지 언니가 리시브는 물론 수비까지 잘 도와줬다”라고 말했다.
특히 3세트 24-20에서는 경기를 끝내는 퀵오픈 득점을 올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세터 (염)혜선 언니가 ‘준비하고 있어’라고 말했는데 진짜 나에게 공을 올려줄지는 몰랐다. 잘 해결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이선우의 리시브가 다소 흔들렸는데도 팀의 주포 디우프가 득점으로 연결한 뒤 이선우를 안아주며 다독이는 장면도 여러 차례 포착됐다. 이선우는 “발렌(디우프)이 뭐라고 얘기했는데 사실 너무 긴장돼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걱정 말고 자신 있게 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라며 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의외의 선발 출전이었다. 팀이 지난달 24일 GS칼텍스전에서 5세트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이후 3연패 중이었다. 이런 중요한 경기에 신인 선수를 선발로 기용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이선우는 지난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인삼공사(전체 2순위)에 지명된 새내기다. 팀원들과 손발을 맞춘 것도 팀에 합류한 10월 16일부터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이선우의 높이와 공격력을 믿겠다”며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제출했다. 이선우는 “경기 이틀 전(4일)에 선발 출전 얘기를 들었다. 다른 언니들보다 기회를 일찍 받아 좋았지만 너무 떨리고 긴장된 마음이 더 컸다”라며 “야간에도 코치 선생님들이 리시브 연습을 많이 도와주셨는데 그분들의 노력만큼 제가 더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쉽다. 그래도 공격은 훈련 때만큼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첫 선발 경기에서 올린 첫 득점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이선우는 이날 상대 주포 라자레바의 강력한 공격을 가로막으며 블로킹 득점을 올렸다. 그는 “2단 연결된 공을 막았는데 손맛이 엄청 짜릿했다”면서 “다음에는 잘 연결된 공격도 제대로 막아보고 싶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가능성을 보인 ‘장신 레프트’의 출현에 팬들의 이목도 쏠린다. 이선우는 “중학교 입학 때 (키가) 170㎝이었는데 졸업 때 180㎝까지 훌쩍 컸다”면서 “지금은 컨디션이 좋을 땐 184㎝고 안 좋을 땐 183㎝다. 이젠 더 안 크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생활체육팀 배구 감독인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는 이선우는 지난해에는 18세 이하 유스대표팀에 선발돼 유스세계선수권에도 출전했다.
이영택 감독은 최근 “이선우를 신인왕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이선우 역시 “개인 목표는 신인왕이다”라고 포부를 감추지 않았다. 이선우는 “공격보단 수비와 리시브가 많이 부족하다”면서 “지금도 많이 연습 중이다. 김연경(흥국생명) 언니처럼 키가 큰데도 공ㆍ수 모두 잘하는 레프트 공격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주장 오지영 역시 이런 이선우에게 “가능성이 어마어마하다. 난 선우 나이 때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면서 “자신감을 갖고 훈련한다면 3~4년 정도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 같다”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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