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 후속 입법까지 '속도전'
"삼중고 위기 돌파구 마련 절실"
北, 사상 단속 강화로 민심 통제
북한이 내년 1월 말 평양에서 의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 통상 매년 4월 열어온 회의 일정을 석 달이나 앞당겼다. 연초에 열릴 제 8차 노동당대회에서 선포될 정책 노선을 곧바로 법제화하는 ‘속도전’을 통해 안팎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룡해 상임위원장 사회로 14기 전원회의를 열었다"며 "내년 1월 하순 최고인민회의 14기 4차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고 5일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으로, 법률 개정을 비롯해 주요 국가기구 인사, 예산안 승인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매년 4월 한 차례 열리는 게 보통인데, 예외적으로 두 차례 개최된 적도 있다. 대의원이 아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대의원 수백 명이 집결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서두르는 건 제8차 당대회가 곧 열리는 것과 직결돼 있다. 당대회에서 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대남ㆍ대외 전략 등 굵직한 정책 노선을 정하면, 최고인민회의를 연달아 열어 후속 입법까지 서둘러 매듭짓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 구상이다. 김 위원장이 내년 집권 10년 차에 접어드는 데다, 같은 달 미국 새 행정부가 출범하는 점을 의식해 일정을 재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당대회에 맞춰 대내외에 군사력을 과시하는 열병식도 3개월 만에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정치 행사를 고리로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은 국제 제재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로 인한 삼중고에 직면해 내부 위기가 상당히 심각하다”면서 “일종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두 행사를 몰아서 치르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월 안에 모든 시스템을 정비하고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이 사상 단속에 힘을 쏟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는 ‘반동 사상문화 배격법’ 제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법으로 반(反)사회주의 사상과 문화의 유입ㆍ유포 행위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했는데, 민심 통제 입법이 필요할 정도로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하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5일과 29일 연달아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도 비사회주의 현상을 강하게 질책하고, 사상 문화 강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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