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이 4일 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내부 자료를 대량 삭제한 혐의를 받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 복귀 이튿날 기다렸다는 듯이 산자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해 검찰 대 여권의 새로운 전장(戰場)으로 떠오른 사건이다. 법원이 산자부 과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했으나 나머지 2명의 영장 발부는 승인해 검찰이 청와대 등 윗선 개입 여부를 수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다.
윤 총장 징계 여부를 두고 여권과 검찰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검찰이 이번 수사로 청와대까지 정면 겨냥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의 휘발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검찰과 여권엔 더욱 공정하고 절제된 태도가 요구된다. 검찰이 실체 규명과 무관한 무리한 보여 주기식 수사를 벌인다면 여권의 주장대로 ‘표적·정치 수사’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여권 역시도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여론몰이에만 골몰하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논평에서 이번 수사를 두고 “검찰개혁 저지의 지렛대로 쓰고자 한 명백한 검찰권 남용”이라고 공세를 폈으나 여권이 켕기는 구석이 있어 반발한다는 세간의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다. 더군다나 민주당 중진인 우원식 의원이 “대통령 공약 관련 정책을 맡아 수행한 담당 공무원들에게 구속이라는 잣대까지 들이댄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를 훨씬 넘었다”며 법원에까지 불만을 터뜨린 것이야말로 도를 넘는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도 공무원들이 법과 규칙을 위반하면서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명박 전 정부가 자원 외교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위법 행위가 면죄부를 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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