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상주 이어 영암 농장서도 AI 확진
전남도 방역 초긴장
"옆(동네)에서 AI(조류인플루엔자)가 와부러가꼬 불안, 불안하지라."
전남 영암군에서 육용 오리 2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김모(68)씨는 요즘 속이 바짝 타들어 간다. 전국 가금류 농가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인근 농장을 덮쳤다는 소식에 마을 분위기가 삼엄해진 탓이었다. 김씨는 "AI가 언제 덮칠지 몰라 잠도 오지 않는다"며 "당장 애들 먹일 사료도 없는데 이동제한조치가 내려져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이후 32개월 만에 발생한 AI로 전국 가금류 사육농가들이 떨고 있다. 국내 최대 가금류 사육농장 밀집지역인 전남 영암과 나주 지역은 순식간에 'AI공포'에 휩싸였고, 철새 도래지 주변 지역 등도 언제 AI가 덮칠지 몰라 초비상 상태가 됐다. 특히 이번 AI의 혈청형이 지난 2014년 전남에서만 가금류 378만 마리를 집어삼킨 'H5N8형'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6일 오전 전남 영암군 시종면 일대는 극도로 긴장된 모습이었다. 도로 곳곳엔 희뿌연 소독약품이 뿌려졌고, 대부분의 마을엔 마스크와 장화 등 방역복 차림의 방역원들만 분주히 오갈 뿐 주민들은 거의 보이지 않아 을씨년스러웠다. 방역 당국은 전날부터 이틀 동안 AI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3㎞ 이내 위험지역에 위치한 오리와 양계농장 11곳의 가금류 50여만 마리를 살처분해 땅에 묻었다.
당국의 방역 조치에도 주민들은 AI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육용 오리 1만5,500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모(43)씨는 "10일 뒤에 출하하기로 했는데 이게 뭔 일이냐"며 "애지중지 키운 애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역 당국도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10월부터 특별방역을 펼쳐왔던 전남도는 방역망이 뚫리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와중에 AI 전파 매개체로 꼽혀온 철새떼도 본격적으로 날아들기 시작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이번 AI의 혈청형이 2014년 전남 지역에 창궐했던 'H5N8형'과 같은 유형으로 확인되자, 전남 지역 자치단체들은 방역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이미 순천만과 해남 고천암, 영암호, 금호호 등 도내 철새도래지 20곳엔 통제 구간이 확대 지정됐고, 축산차량 진입도 전면 통제됐다. 가창오리떼 2만여 마리가 날아든 영암호 주변 곳곳엔 출입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대거 내걸리고 드론을 이용한 방역과 예찰활동이 24시간 이뤄지고 있다. 철새를 보려는 탐조객의 발길도 끊긴 상황이다.
도는 정부의 AI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맞춰 차단 방역과 함께 상시 비상방역체제에 돌입했다. 무엇보다 AI 발생 농가와 경계지역(반경 3~10㎞)에 있는 44개 오리와 닭 사육농가 172만2,000여 마리의 '안전'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오리 축사의 열악한 사육 환경도 당국이 차단 방역을 강화하고 나선 이유 중 하나다.
도 관계자는 "도내 오리축사의 60% 정도가 습기가 많은 논에 설치돼 있어 어느 때라도 AI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특히 철새 도래기까지 겹친 만큼 닭·오리 사육농가는 오염물질이 농장까지 유입되지 않도록 농장방역 수칙을 반드시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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