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68세 여성이 몸이 잘 붓고 변비가 심하며 많이 먹지 않아도 살이 쪄서 병원을 방문하였다. 평소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무릎이 아파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하였다. 혈액검사에서는 이상지질혈증과 갑상선저하증이 발견돼 갑상선 호르몬 처방을 받아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3개월 후 이 환자는 갑상선저하증이 좋아진 것뿐만이 아니라 부종ㆍ변비ㆍ비만ㆍ이상지질혈증 등 여러 가지 동반 질환이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 내고 저장하는 중요한 장기다. 목 앞쪽에 딱딱하게 만져지는 갑상선 연골 밑에 있다. 갑상선 호르몬은 성장기 발달 과정에 필수적인 호르몬이며, 성인에서도 체온 유지, 에너지 대사, 심박수와 소화 속도 조절, 정서 상태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상선저하증은 갑상선 호르몬 결핍으로 대사가 느려지고 몸이 붓는 임상증후군이다. 우리나라에서 증상이 있는 현성 갑상선저하증 유병률은 3.6%지만, 증상이 없어 놓치지 쉬운 불현성 갑상선저하증은 5.7%나 된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유병률이 더 높다.
갑상선저하증은 대개 서서히 시작되고 몹시 피로하고 우울해진다. 추위를 잘 타고 땀이 적게 나며 잘 먹지 않아도 체중이 증가하고 얼굴과 눈 주위를 비롯하여 전신이 잘 붓는다. 말과 동작이 느려지고 목소리가 저음의 쉰 목소리가 되고 변비가 심하다. 피부가 누렇고 차고 건조해지며, 머리카락도 건조하고 잘 부스러지거나 빠진다. 맥박이 느려지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며, 빈혈이 생기고 소화가 잘 안 된다.
문제는 갑상선저하증이 제대로 진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서서히 점진적으로 질병이 진행되므로 진단이 어려울 때가 많다. 특히 노년기에는 건조한 피부, 체중 증가, 부종, 변비, 탈모, 기억력 저하,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의 소견들이 갑상선저하증이 아니라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 진단을 놓치기 쉽다.
갑상선저하증을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 결핍으로 인해 심근 수축이 약해지고, 심박수가 느려지며, 혈액량이 줄어들어 심부전을 유발하게 되므로 심장이 각종 장기와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갑상선저하증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인지 기능이 떨어져 치매로 오인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나 징후가 나타나 병ㆍ의원을 방문하면 의사는 우선 문진과 진찰을 통해 증상이나 징후에 대한 진단을 내려 치료하게 된다. 문진과 진찰만으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울 때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등 필요한 진단적 검사를 하게 되는데, 이 검사 항목에 갑상선 기능 검사는 들어 있지 않을 때가 많다.
따라서 특히 노년기 환자가 건조한 피부, 체중 증가, 부종, 변비, 탈모, 기억력 저하,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검사 항목에 갑상선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단 갑상선저하증으로 진단되면 치료는 간단하다. 갑상선 호르몬을 모자라는 만큼 대체해주는 갑상선 보충 요법만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은 체내 갑상선 호르몬과 갑상선 자극 호르몬이 정상으로 유지되는 용량으로 계속 투여해야 한다. 수술로 제거되거나 손상된 갑상선은 기능 회복이 어려우므로 대부분의 환자는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산후 발생한 갑상선저하증은 수개월 내에 회복되므로 투약 기간이 짧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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