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기대감 ·달러 약세·풍부한 현금
한 달새 2500→?2600→?2700 줄 돌파
"3000 전망" 불구 실물경기는 '최악'
4일 코스피가 사상 첫 2,700선 돌파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달 2,600선을 넘어서며 축포를 쏜 지 불과 열흘 만에 코스피는 2,700선까지 가볍게 뛰어 넘었다.
코로나19 쇼크로 지난 3월 1,400선까지 폭락했던 코스피는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약 9개월 만에 1,300포인트 가까이 치솟는 극적 반전을 이뤄냈다.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코스피 3,000 시대"를 전망하지만, 확진자 급증 속에 체감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은 상황이다. 자산과 실물경제 간 괴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데 대한 경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폭풍매수... '7만전자'도 현실로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5.23포인트(1.31%) 오른 2,731.45에 마감했다. 지난달 16일 2,500 문턱을 넘은 지 일주일 만인 23일 2,600선을 뚫더니 또 열흘 만에 2,700선까지 넘을 정도로 무서운 상승 기세다.
주요 상승 동력은 외국인 매수세다. 4거래일 연속 순매수 중인 외국인은 이날도 7,6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외국인 자금이 쏠린 결과 두 종목 주가가 급등했다.
외국인이 1,900억원을 쏟아부은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58% 오른 7만1,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른바 '7만전자'를 최초로 달성했다. SK하이닉스도 전날보다 3.14% 오른 11만5,000원에 마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셀트리온(8.26%), 카카오(4.14%), 네이버(2.44%) 등도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백신·약달러·현금... 3박자가 만든 역사
최근 증시 상승세는 나아질 미래에 대한 각종 기대감이 한껏 반영된 결과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빨라지면서, 세계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신흥국 중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의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외국인을 국내 주식으로 유인하고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 들어 본격화된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상용화 기대감이 주요국 증시의 신고가 행진을 주도하는 주요 재료"라며 "다만 시장은 점차 실물경제 현실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도 외국인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9원이나 내려 달러당 1,082.1원까지 떨어졌다. 자국 통화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 외국인들로선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통상 원화 강세는 한국 주식 투자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최근 급물살을 탄 미국의 경기 부양책 논의 역시 위험자산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제로금리 시대 '유동성'의 힘도 증시를 밀어 올렸다. 막대하게 풀린 돈이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해 주식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통하는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지난 3일 기준 60조원에 달한다. 올해 초(약 30조원)의 두 배에 이른다.
실물경기 최악인데... 증권사는 3000 전망
일부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전망치로 3,000을 제시하고 있다. 내년 기업 실적 전망이 밝은데다 달러 약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로 위축됐던 글로벌 교역이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가파른 원화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내년 코스피가 3,080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생산과 소비는 여전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주가만 과열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이 9월보다 0.9% 줄어드는 등 실물경제 부진 우려는 커지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가파른 코로나 확산세는 실물경기 위축 요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규모 부양책 기대감에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간 디커플링(괴리)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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