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가져온 사상 최대 실적이 배경이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부사장 승진 31명을 포함해 214명이 2021년 정기 임원 승진자 명단에 올랐다. 158명이 승진했던 2017년 말 이후 최대 규모다. 앞서 소폭의 변화에 그쳤던 사장단 인사와 달리 실무 임원 인사는 대규모로 단행,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뉴 삼성'을 이끌어 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조직 쇄신 구상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세부적인 승진 내용을 살펴보면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으로 구성됐다. 승진자 수는 3년 만에 최대로, 지난해(162명) 대비 52명(32%)이 늘었다.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임원 감축'을 꺼내든 다른 기업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역시 이면엔 탄탄한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됐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에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거뒀다. 실제 반도체와 TV 중심의 가전 부문을 앞세워 사상 최대의 분기 매출(66조9642억원) 기록도 달성했다. 철저한 성과주의에 바탕을 둔 삼성전자의 인사 방침이 이번에도 적용된 셈이다.
특히 올해 경이적인 실적을 기록한 가전 중심의 CE부문과 스마트폰 위주의 IM분야에선 각각 지난해보다 9명씩 늘어난 29명의 승진자가 배출됐다.
정해진 승진 연한을 채우지 못했지만 1, 2년 승진을 앞당긴 25명의 '발탁 승진자'도 눈에 띄었다. 지난 2015년 이후 최대 수준인 발탁 승진자 명단엔 부사장에 오른 이기수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과 이준희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이 자리했다. 이기수 부사장은 비스포크 냉장고, 그랑데 AI 세탁기 등 시장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는 소비자 가전을 개발한 주역으로, 전무가 된 지 2년 만에 초고속으로 부사장에 올랐다. 이준희 부사장은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 상용화를 주도하면서 올해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즌의 5G 장비 공급 계약을 따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최연소 임원에는 1979년생인 최현호(41)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상무와 이윤경(41) 삼성리서치 상무가 이름을 남겼다. 삼성전자 전체 임원의 평균 나이는 49.3세였다. 과거(17년말 평균 51세)에 비해 임원들의 연령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외국인·여성 임원 승진은 지난해 9명보다 1명 늘어난 10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성과와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핵심인재 31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며 "조만간 조직개편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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