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수 연봉 한도 절반으로 뚝, 고강도 긴축
일본의 5배, 한국의 11배...'거품' 잔뜩 고비용
헝그리 정신으로 '축구 굴기' 오랜 꿈 이룰까
중국 프로축구는 ‘돈 먹는 하마’로 불린다.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도 실력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급기야 축구협회가 선수 연봉을 절반으로 깎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육중한 하마가 몸집을 줄여 날쌘 치타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중국 축구협회는 지난달 25일 회의를 열고 국내 선수 연봉 한도를 1,000만위안(약 16억6,800만원)에서 500만위안으로, 외국인 선수는 세후 300만유로(약 39억7,000만원)에서 세전 300만유로로 대폭 줄였다. 구단의 한 시즌 지출 총액 제한도 9억위안(약 1,501억원)에서 6억위안(약 1,0001억원)으로 삭감했다. 전례 없이 혹독한 긴축 경영이다. 소득을 허위로 신고한 선수는 2년간 출장정지 중징계를 받는다. 프로구단 이름에 특정기업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했다.
반발할 법도 하건만 구단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축구협회가 한중일 3국 프로축구의 비용을 비교했는데, 유독 중국의 거품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프로구단의 평균 지출은 11억2,600만위안(약 1,878억원)으로 일본 J리그(3억1,600만위안)의 3배, 한국 K리그(1억900만위안)의 10배가 넘었다. 선수 평균 연봉은 중국이 1,389만위안(약 23억원)으로 일본(241만위안)의 5배, 한국(119만위안)의 11배를 웃돌아 격차가 더 컸다. 한 관계자는 “수치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고비용’ 축구의 폐해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연봉이 수개월 밀리는 체불이 일상화되고 구단 스태프가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명문 구단인 '광저우 헝다'도 지난해 19억4,000만위안(약 3,236억원)의 적자를 냈다. 당국의 감독은 강화되고 구단 자금사정은 예전 같지 않자 브라질 대표팀 출신 공격수 헐크를 비롯해 지명도 높은 외국 용병들이 하나 둘 중국 리그를 떠났다.
선수들은 울상이지만 팬들은 “헝그리 정신을 발휘할 때”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축구 굴기’에 맞춰 기업들이 앞다퉈 달려들면서 과대평가된 중국 선수들의 값어치를 바로 잡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가령, 중국 리그에서 28억원을 받던 슈퍼스타 우레이(武磊)는 스페인으로 건너간 뒤 연봉이 14억원, 이듬해 다시 7억원으로 깎였다.
중국은 올해까지 축구교육시설 2만개, 축구장 7만개를 확충한다. 축구 인구는 5,000만명에 달한다. 2030년 아시아 1위, 2050년 세계 재패라는 청사진도 밝혔다. 하지만 국제대회 성적은 원대한 포부와 여전히 상당한 거리가 있다. “유럽 축구팀은 11명이 1명처럼 움직인다, 하지만 중국은 11명이 100명처럼 뛰는 게 문제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일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