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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연어, 프랑켄슈타인 연어가 온다

입력
2020.12.04 22: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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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3월 미국에서 판매가 허가된 유전자변형(GM) 연어가 다시 화제다. 어렵사리 승인을 얻어낸 생명공학회사 아쿠아바운티는 올해 말까지 매장에서 연어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다른 물고기에서 얻은 성장촉진 유전자가 삽입돼 보통의 연어보다 두 배 빨리 자라기에 양식기간은 평소의 절반인 18개월이면 충분하단다. 그런데 최근 연방법원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수행하라고 판결하는 바람에 시장진출이 주춤하는 상황이다.

GM 연어는 쑥쑥 잘 자란다는 의미에서 '슈퍼 연어'로 칭하기도 하고, 자연에 없던 생명체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 해서 '프랑켄슈타인 연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말로는 보통 '(고)속성장 연어'라 표기하는데, 좀 어색하긴 하다. 어쨌든 양식업자로서는 전보다 빠른 수익이 기대됐고, 국가적으로는 그간 수입에 대거 의존하던 물량을 직접 조달하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소비자의 우려는 컸다. 개인적 혐오감도 있었지만 인체와 환경에 별다른 영향은 없는지가 이슈였다.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미 보증했다. 보통의 연어에 비해 맛, 영양성분, 독성 등에서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다만 환경문제는 애매했다. GM 연어가 바다에 방출돼 자연산 연어와 교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아쿠아바운티는 연어를 완전 불임으로 만들고 양식장을 해안가가 아닌 육지에 설치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FDA는 이 의견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연어 알은 캐나다 동부의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생산됐고, 양식장은 남미 파나마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치됐다. 획기적인 '육지 양식'을 통해 식량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홍보가 떠들썩하게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이 FD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국면이 전환되기 시작했다.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는 이유였다. 지난달 초 미국 연방법원은 GM 연어가 야생 연어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에 대해 FDA가 제대로 평가하라고 판결했다. 비록 육지에 양식장이 있다 해도 앞으로 새로운 시설이 건설될 때마다 연어의 유출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쿠아바운티는 향후 양식장을 내륙은 물론 해안가에서, 가능하다면 1년에 하나씩 설치하고 싶다고 밝혀 왔다. 당장 후보지로 미국 켄터키주, 캐나다 온타리오주, 이스라엘, 그리고 중국 등이 거론된다.

이번 판결에서 FDA의 승인 자체에 대한 취소 조치가 내려지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회사의 발전전망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낙관적으로 보인다. 8월 아쿠아바운티는 미국인 1,500여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GM 연어에 대한 첫인상, 구매의사 등을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긍정의 반응을 보였단다. 최근에는 '파괴적 혁신'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아크 인베스트가 아쿠아바운티의 주식 10.21%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연방법원은 양식장에서 대기하는 GM 연어의 문제점을 다시 세계적으로 상기시키고 있다. 마침 10월과 11월 국내 남해 연안에서 연어가 잇따라 발견돼 화제였다. 해당 지역에서 3년 전쯤 방류한 어린연어들이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온 것으로 추측됐다. 국내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는 신호로 보여 반가웠는데, GM 연어 소식에 일말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게 됐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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