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경상수지 흑자가 117억달러에 달해 역대 세 번째로 큰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흑자폭은 50% 가까이 커졌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든 탓에 '불황형 흑자'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10월 경상흑자가 116억6,00만달러(약 12조8,000억원)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흑자 폭은 2017년 9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컸으며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역대 3위에 해당된다. 월간 경상수지는 올해 5월(22억9,000만달러) 이후 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수출에서 수입을 뺀 금액) 흑자가 101억5,00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0월(80억3,000만달러)보다 21억2,000만달러나 증가했다. 두 달 연속 100억달러 초과다.
하지만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들면서 흑자폭이 커졌다. 전년 대비 수출은 4.3% 줄었는데, 수입이 10.3%나 줄어 흑자가 늘어난 것이다. 통상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생기는 흑자를 불황형 흑자라고 부른다. 내수가 위축돼 원자재 수입이 크게 줄 때 자주 발생한다.
다만 올해는 세계적인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동남아 지역에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시작되면서 그쪽에서 수입을 못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며 "불황형 흑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내수가 안 좋기보다는 원자재 가격 단가가 많이 떨어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한은 금융통계부장도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은 원유, 가스 등 에너지류 원자재 수입 가격이 낮아진 영향"이라며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10월부터는 수출이 회복되는 조짐이 보인다. 조업 일수를 따진 10월 일평균 수출은 22.4억달러(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로 2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이성호 부장은 "11월 통관 자료를 보면 수출이 일평균 6.3%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며 "적어도 11월까지는 수출 회복세가 이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10월에는 만년 적자인 서비스수지 적자폭도 다소 줄었다. 교역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해상 및 항공 화물운송수입이 늘어났고,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출국자가 지난해 동기 대비 96%나 쪼그라들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행 출국자는 지난해 10월 19만7,000명에 달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2,000명에 불과했다.
6개월 연속 경상흑자가 이어지면서 10월까지 누적 경상흑자는 549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억달러 많다. 이에 한은이 올해 목표한 '경상수지 650달러 흑자'는 11월에 조기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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