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대전지검이 수사 중인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에 연루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산자부 공무원 3명은 지난해 12월 감사원 자료제출 요구 전날 심야에 사무실에 들어가 원전 파일 444개를 무단 삭제한 혐의다. 이들은 윗선 지시는 없었다며 '신내림' 운운하고 있으나, 자료를 삭제한 배경은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자마자 여권에 민감한 수사를 지휘한 데 대해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총장 직무집행 정지로 수사가 지연되던 참에 구속수사 지휘가 내려오자 대전지검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영장을 청구했다. 당초 감사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던 대전지검은 윤 총장의 보강 지시 이후 공용전자기록 손상, 방실침입까지 혐의를 확대했다고 한다.
수사를 정치 상황과 맞물려 해석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파악을 어렵게 하고, 수사 결과마저 정치 잣대로 해석하도록 해 가장 경계할 일이다. 그러나 월성 원전 수사는 공교롭게 멀리는 대통령의 원전폐기 공약, 가까이는 윤 총장 징계의 교차점에 놓여 있어 외풍을 탈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윤 총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영장카드를 꺼냄으로써 현 정권과 전면전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표면화한 셈이 됐다. 법무부와 청와대는 징계로 윤 총장을 압박하고, 윤 총장은 원전 수사로 정권을 겨냥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총장 직무배제를 강행할 때 여론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을 비판했다. 지금은 상황이 반전되어 윤 총장의 발언,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이해되고, 검찰 조직의 움직임도 윤 총장의 행보와 연동되어 해석된다. 야권이 윤 총장에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 조치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정치가 검찰을 덮는 것도 문제지만 검찰이 정치를 덮는 것도 검찰의 중립성 훼손이란 점에서 다르지 않다. 윤 총장과 검찰 조직은 이런 의심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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