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유정준 SK E&S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 임명했다. 또한 만 46세인 3년차 임원을 최고경영자(CEO)에 기용하는 파격 인사도 단행했다.
SK그룹은 3일 열린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이런 내용의 2021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SK그룹측은 “각 회사가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을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쌓는, 이른바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SK그룹 주력사인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사령탑을 동시에 거머쥔 박정호 신임 부회장이다. 최 회장의 고려대 후배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 신임 부회장은 그룹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한 SK하이닉스의 인수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룹내 '인수합병(M&A) 전략통'으로 꼽힌 그는 1989년 SK의 전신인 선경에 입사, SK텔레콤에서 신세기통신의 인수도 담당했다. 이후 2004년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에서 CR지원팀장을 맡은 데 이어 2009년 SK텔레콤에 복귀한 그는 사업개발실장과 부문장을 지냈다. 2015년 SK C&C 대표이사를 거쳐 2016년 SK텔레콤 대표이사를 맡은 뒤엔 5세대(5G)·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에 주력해왔다. 업계 안팎에선 박 신임 부회장의 중용에 대해 "SK텔레콤이 그간 준비해온 중간지주사 전환 준비를 마무리하고 이를 본격화하기 위한 최 회장의 의지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SK하이닉스와 SK브로드밴드 등 주요 회사를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유정준 SK E&S 사장의 부회장 승진에도 이목이 쏠린다. 역시 최 회장의 고려대 후배인 유 신임 부회장은 그동안 SK(주) 경영지원 부문장과 SK에너지 R&M CIC 사장, SK(주) G&G추진단 사장, SK E&S 대표이사 사장 등 그룹 내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유 부회장은 업계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성장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게 된다.
이번 부회장 승진으로 SK그룹은 총 3명의 전문경영인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게 됐다.
이번 SK그룹 인사에서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킨 부문은 추형욱 SK주식회사 투자1센터장의 SK E&S 사장 선임이다. 1974년생(만 46세)인 추 신임 사장은 임원에 선임된지 3년만에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는 연공과 무관하게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SK의 인사 철학이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추 신임 사장은 유 부회장과 함께 SK E&S 공동대표를 맡게 될 전망이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SK그룹의 이번 인사에선 신규 임원 103명과 부회장 및 사장 승진 4명을 더해 총 107명의 승진 인사가 포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경영환경을 고려해 예년보다 신규 선임 규모는 소폭 감소했지만 바이오, 소재, 배터리 등 신규 성장사업엔 능력 있는 인재들이 과감하게 발탁됐다.
여성 인재의 발탁 기조도 유지했다. 예년과 같은 7명이 신규 선임됨에 따라 그룹 전체 여성임원 규모 또한 34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계열사 CEO들로 구성된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변화가 주어졌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가 신설됐다. 또 기존 에너지ㆍ화학위원회 대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 사회적 화두인 환경 관련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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