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부담 높아질 우려
전문가 "환율 하락 영향 제한적"
원화 가치가 2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의 경기 부양책 논의와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을 타고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가속화된 영향이다. 당분간 원화 강세(달러화 약세)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국내 수출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3.8원 내린 1,097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대에서 거래를 마친 건 2018년 6월 15일(1,097.7원) 이후 처음이다. 달러 약세 흐름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원화 가치는 7.7%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 위안화(4.5%)나 싱가포르 달러(1.8%) 등보다 오름세가 가파르다.
하루 전 미국 정치권에서 9,000억달러 규모의 신규 부양책 논의가 시작되면서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점차 탄력을 받고 있는 점도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0.76% 오른 2,696.22에 거래를 마감하며 전날 세운 종가 기준 사상 최고 기록(2,675.90)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최근 실적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 기업들은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원화 가치가 급격히 높아지면 수출제품 가격이 높아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한국 총 수출은 0.5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나 전자업계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계는 급격히 오른 원화 값에 따른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진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팀장은 "한국 수출의 3분의 1 정도는 중국인데, 원·위안화 환율은 그렇게 급격히 낮아지지 않았다"며 "수출에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실질실효환율이 작년 평균 대비 2%도 안 되는 강세 폭인 만큼 원·달러 환율 변화가 수출에 악영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2017년 말 환율이 1,07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전년도 대비 수출이 줄어들지 않은 것을 보면, 환율 하락이 곧바로 수출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