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달이다.
2011년 1월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타워크레인에 올랐던 사람. 그로 인해 전국의 근로자와 시민단체 인사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85호 크레인 앞으로 모이게 만들었던 사람. 그렇게 남들 해고 막고, 복직시키려 동분서주하다 보니 정작 자신은 35년간 복직되지 못한 사람.
바로 그 사람, 김진숙(60)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정년까지 딱 한 달 남았다. 거기다 김 위원은 암투병 중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지난 35년 동안 한진중공업에 복직하지 못한 김 위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위원은 1981년 최초의 여성 용접공으로 한진중공업에 입사했으나, 1986년 노조 관련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2009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김 위원의 해고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면서 복직을 권고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해고기간 임금ㆍ퇴직금을 지급하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논리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김유정 변호사는 “노사합의를 통해 해고자를 복직시키고 보상하는 것은 회사 임직원으로서 본연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어서 배임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으로 확립된 상식”이라며 “쌍용자동차, KTX, 콜텍 등 여러 회사들이 노사합의로 해고자를 복직시켰지만 회사 대표자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도 “김 위원은 단체교섭이나 정리해고 교섭 과정에서 본인이 걸림돌이 될까 늘 조심스러워했고, 이 때문에 복직이 더 미뤄졌다”며 “김 위원에게 더 이상 희망고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민주노총 지도위원으로 함께 활동했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난 10월 20일 편지를 보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 암 투병 중인 김 위원은 최근 재수술까지 받아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이날 기자회견 자리를 지킨 건 김 위원이 복직하면 입게 될 한진중공업 작업복 한 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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