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코로나19로 인한 집단감염 공포가 제일 무섭다.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는 가족의 외출은 물론, 집안 내 접촉 금지도 나타났다. 그런데 우리가 위험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생업을 위해 하루의 절반을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직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콜센터와 같이 바로 옆에 붙어 앉아 마스크도 쓰기 어려운 작업환경도 많고 물류센터에서 물량을 채우기 위해 개인 위생을 챙길 겨를이 없는 경우도 있다. 구내 식당에서는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 마스크를 내려야 한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지키는 것은 이제 모든 사업장의 관심이자 책임이 되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한 예방적 대응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경우는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사업장 지도가 중요한 임무가 되었다. 사스, 신종플루, 코로나19와 같은 위협은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우리 일터는 이제 질병의 예방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비단 바이러스만이 아니라 직업병의 종류와 원인도 복잡해졌고 직장갑질, 왕따 등에 의한 직장내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상담 등 예방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산업안전보건을 강화할 필요가 큰 상황에서 최근 노동부의 독립적 외청으로 산업안전보건청을 두어야 한다는 논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노동부 장관인 김영주 의원과 40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법안도 제출된 바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잇단 재해사망으로 인해 중대재해 기업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입법논의도 활발하지만 산재를 줄이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사전적 예방과 감독이 핵심 기능인 산업안전보건청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방적 지도와 감독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겨 산재 다발이 나타난 경우에 처벌한다면 기업들의 수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산업안전보건청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노조도 오래전부터 지지해 왔고 사용자들도 중대재해기업처벌에 비해서는 반대 의사가 약하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의견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산업안전이 원하청관계, 노사관계 등에 얽혀 있어 노동부의 한 부서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노동부의 산업안전국은 관료들이 잠시 거쳐가는 경력이 되고 산업안전보건 행정은 규제감독과 처벌이 주종을 이루는 행정편의주의로 흘러간 측면이 있다. ILO의 협약에서도 산업안전보건을 담당하는 행정조직에는 의학, 공학, 전기, 화학 분야의 전문가와 기술자가 확실히 관여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행정관료가 아니라 전문가의 영역으로 독립성을 부여할 필요가 더 커진 이유는 사고의 예방만이 아니라 만성적, 집단적인 성격을 가지는 질병으로부터 일터를 보호하기 위해서 규제 이전에 전문적 정보와 이에 기반한 기준설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업관계나 고용관계와 같이 섞인 복합적 성격으로 산업안전보건 행정을 노동행정에 묶어두기보다는 복잡한 원하청관계나 플랫폼화를 일일이 규제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제일 밑에서부터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전문적 국가 서비스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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