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과학자 암살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되며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진 가운데 오랫동안 내분을 겪어 온 이스라엘 연립정부가 해산 수순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중동 정책을 내세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까지 맞물리면서 이스라엘의 국내외 정세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의회가 연립정부를 해산하고 내년 봄 조기 총선을 치르는 예비 법안을 2일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전체 의원 120명 중 5명이 불참한 가운데 61대 54로 찬성이 우세했다. 이 법안이 위원회를 거쳐 다음주 의회에서 최종 승인되면 현 의회는 자동 해산된다. 지난 5월 우파 정당 리쿠드당과 중도 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위기를 이유로 '비상 내각'을 구성한지 불과 7개월 만이다.
내년 봄 조기 총선이 확정되면, 이스라엘에선 2년 사이 총선이 네 차례나 실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2018년 12월 연립정부 붕괴로 의회가 해산한 뒤 지난해 4월과 9월 총선이 실시됐지만 우파인 리쿠드당과 중도성향 청백당 모두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해 올해 3월 또 다시 총선이 치러졌다.
이후 두 당은 진통 끝에 연립정부를 출범시켰지만 정부 예산안과 코로나19 피해 지원안 등을 두고 양측이 줄곧 파열음을 내면서 일찌감치 파국을 예고했다.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2020년 예산안이 23일까지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의회는 자동 해산되고 내년 3월 총선이 실시된다. 뉴욕타임스는 "청백당은 23일까지 예산이 승인되면 연립정부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 뒀다"고 보도했다.
우파지도자 네타냐후 총리도 간츠 대표와 물밑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내년 2월부터 재판을 받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무마시키기 위해 내년 여름까지 선거를 미루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총선의 또 다른 변수는 바로 바이든 행정부다. 네타냐후 총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귀 계획이 강경파인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AP통신도 "이스라엘 관료들은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당선인이 오바마 시절의 중동 정책으로 회귀해, 적국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재개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히브리대학의 한 정치학자는 "이 문제는 다음 이스라엘 총선에서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는 '오직 나만이 바이든 정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이스라엘 지도자라는 주장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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