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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금요일 밤 11시10분엔 TV 채널 선택권을 빼앗긴다. 아이들은 혼자 사는 유명인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열혈 시청자다. 처음엔 출산율이 떨어지는 나라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으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나중에 자신들도 혼자 살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도 들었다. 그러나 한두번 보다보니 어느새 재미가 들어 다 함께 즐긴다. 골프 여제 박세리의 일상은 푹 빠져서 봤다.
□'나 혼자 산다'가 시작된 건 2013년이다. 설 특집 임시물(남자가 혼자 살 때)로 방영된 뒤 시청자 요구에 정규 프로그램이 됐다. 잠에서 막 깬 톱스타의 까치집 머리와 민낯, 빈틈 없을 것 같은 연예인의 푼수짓과 인간적인 고민 등을 가감 없이 전달한 게 인기 비결이다. 그러나 이때가 한국 사회에서 1인 가구가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등장한 시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2013년 1인 가구의 비중은 25.3%를 기록했다. 2010년만 해도 2인 가구의 비중(24.3%)이 1인 가구(23.9%)보다 컸다. 그전에는 4인 가구가 대세였다. '나 혼자 산다'의 시청률이 높은 건 인구학적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통계청이 '나 홀로 가구'가 지난해 말 기준 614만 가구도 넘었다고 발표했다. 전체 가구의 30.2%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실상은 '나 혼자 산다'가 보여 주는 화려한 면들과 차이가 있었다. 먼저 수입이 연평균 2,116만원(월 176만원)에 불과했다. 절반 가까이는 월세로 살았다. 걸핏하면 삼각김밥 같은 간편식으로 끼니를 떼웠다. 광주 동구는 1인 가구 비율이 45.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데, 대부분이 불규칙한 식사를 했다.
□1인 가구의 비중은 점점 커질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각종 정책은 50년 전 4인 가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1973년 도입된 국민주택 규모다. 당시 네댓 가구원이 한 집에 사는 걸 상정한 탓에 전용 85㎡를 기준으로 주택 공급책과 세제 혜택 등을 짰다. 1인 가구가 살 만한 집이 턱없이 부족한 이유다. 청약 가점 차별에 대한 불만도 많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젠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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