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41명 병원, 격리자 456명 별도 시험장
교실마다 2~4명만 시험... 귀가도 따로 해야
대학수학능력시험 입실 시작 시간인 3일 오전 6시30분 서울 용산구 신광여고 앞. 어둠 속에서 구급차 한 대가 저멀리 뿌연 모습을 드러냈다. 구급차엔 은평구에 사는 수험생이 탔다. 이 학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로, 방역지침에 따라 구급차로 은평구에서 용산구까지 원거리를 이동해 이 곳에 도착했다. 일반 시험장에 간 수험생들이 교문 앞에서 부모님과 손잡고 마음을 다스리던 때, 이 학생 곁을 지킨 이는 레벨D 방호복을 입은 보건소 직원과 구급대원 뿐이었다.
"학생 힘내요!" 수능도 남들과 격리된 채 치러야 하는 이 수험생은 보건소 직원의 응원을 받은 뒤, 씩씩하게 구급차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자가격리 수험생, 일반 수험생과 분리 시험
이날 전국에서 수능을 치른 42만여명의 수험생 중 코로나19 확진자 41명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자가격리자 456명은 일반 시험장과 떨어진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봤다. 서울에선 142명의 자가격리자가 22곳에 마련된 격리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자가격리 중인 수험생들은 자가용이나 구급차를 이용해 시험장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서울에서는 사전에 신청한 9명이 구급차를 이용해 시험장에 도착했다.
격리 시험장에 속속 도착한 학생들은 수능 긴장감에 코로나 불안감까지 겹쳐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6명의 자가격리자가 시험을 보는 용산구 오산고에 부모님 차량을 타고 도착한 강모(19)군은 "생각보다 더 긴장되고 떨린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불안해하는 자식이 '인생의 대사'를 혼자 치르러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도 착잡했다. 부모는 아이가 들어간 쪽으로 한참이나 바라보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험장에 모인 자가격리자들은 한 교실에 2~4명씩 분산돼 시험을 치렀다. 각 교시마다 방호복을 입은 2명의 감독관이 입실했고, 수험생들은 비말 차단을 위해 투명 가림막이 설치된 책상에서 마스크를 낀 채 시험을 봤다. 시험이 끝난 뒤 일반 시험장에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시험장을 빠져나갔지만, 자가격리자 수험생은 한 명씩 빠져나와 대기하고 있던 부모 차나 구급차를 타고 귀가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 첫 수능... 돌발상황 계속
교육·방역 당국이 치밀하게 준비했지만 격리 시험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들이 터져나왔다.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지자체마다 달라, 신광여고에는 입실 종료 시간을 4분 남기고 한 수험생이 다급하게 도착하기도 했다. 이 학생은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중부교육청 관내 학생으로, 일반 수험생들과 시험을 함께 치르는 것이 위험하다는 판단에서 이 곳으로 보내졌다.
방역 지침을 숙지하지 못한 수험생들도 있었다. 특히 학교 본관이 아닌 교문에서 미리 내리는 학생이 많았다. 자가격리자가 교문 앞에서 내려 걸어가려 하자, 학교 관계자들이 다급히 차로 돌아가라고 만류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가격리 수험생이 시험을 본 시험장들은 곧바로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신광여고 이은광 교장은 "다음주부터 학교 학생들이 등교를 해야 하는 만큼, 시험 후 방역 조치를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에선 30대 감독관과 그와 접촉한 다른 교사가 수능 전날 확진돼 감독관 24명이 긴급 교체돼 시험장에 투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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