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경 변호사 "부모, 신고 안하면 공적 인지 안돼"
의료기관서 출산 '보편적 출생신고제' 도입 논의중
전남 여수에서 2년 동안 냉장고에 유기된 아기 사체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출생 신고도 되지 않은 쌍둥이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출생신고 의무자인 부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가 시스템적으로 이를 알 방법이 없는 문제가 있으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아동인권위원회 소속 신수경 변호사는 2일 방송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우리나라 가족관계등록법 상 원칙적으로 출생 신고 의무자인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해야만 공적 등록부에 기재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처럼 출생신고 의무자인 엄마가 신고를 안 한 이상 출산한지 여부를 공적으로 인지할 수 없어서 아동들이 이렇게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출생 신고가 돼 있지 않으면 서류상에 존재하지 않아 국가 지원 시스템도 막히게 된다. 출생 신고로 공적 인지가 된 아동들에 대해서는 필수 예방접종이나 영유아 검진,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 다양한 국가 지원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의무 교육 헤택도 누리게 된다. 하지만 신고조차 되지 못한 아이는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출생신고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출생신고 의무자의 신고를 기다리기보다 나라에서 출생된 아이들에 대해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출생신고제'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신 변호사는 "보편적 출생신고제는 간단히 말해 출생한 아동들이 누락 없이 모두 공적기관에 신고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라며 "대부분의 아이들이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출생되기 때문에 그곳에서 바로 나라에 통보할 수 있게끔 하는 '출생통보제'를 정부에서 도입을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신고부터 보호까지...국가시스템 재정비 해야
여수 사건의 가해자인 40대 엄마는 7살짜리 큰 아들에 대한 출생 신고는 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아이는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집안에 방치돼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수 예방접종 등 정부 지원 서비스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위기 가정에 대한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신 변호사는 "정부에서 '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라고 해서 이런 위기 가정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스크리닝할 수 있는 예방 시스템을 수년 전부터 돌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위기시스템상 (여수 사건의 사례) 걸러지지 않았다는 게 당황스럽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웃 주민의 신고로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서 조사가 나왔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 변호사는 "신고 이후에도 세 번 정도 가서야 사망한 아동에 대한 존재를 알았다는 것도 조사가 과연 제대로 되었느냐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출생신고가 왜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의 엄마에 대한 지원 등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애초에 위기 가정으로 관리가 됐다면 이 같은 사건은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신 변호사는 현장에서의 제도 운영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이러한 제도 안에서 제대로 해석하고 개입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의 양성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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