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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유산 지켜야죠" 죽은 부친 빚 갚는 11세 주차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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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유산 지켜야죠" 죽은 부친 빚 갚는 11세 주차소년

입력
2020.12.02 14:00
수정
2020.12.02 22:30
0 0

노숙, 아버지 급사, 빚... 그래도 웃는다
아빠가 남긴 오토바이 지키려 일 해
"아빠 말씀처럼 독립심 키우겠다"

아버지의 유산인 오토바이를 지키기 위해 수업이 끝나면 주차 안내 일을 하고 있는 11세 소년 길랑. SNS 캡처

아버지의 유산인 오토바이를 지키기 위해 수업이 끝나면 주차 안내 일을 하고 있는 11세 소년 길랑. SNS 캡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동부에 사는 11세 소년 길랑은 주차안내요원으로 일한다. 수업을 마치면 어김없이 일터로 향한다. 4남매의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가 있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 아버지의 유산을 제 손으로 지키기 위해서다.

길랑 가족은 원래 집이 없어서 노숙을 했다. 넓은 공터가 있는 가게 앞에서 다섯 식구가 잠들었다. 길랑 아버지가 자신들의 처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자 한 사람이 흔쾌히 자신의 빈 집을 빌려줬다. 임대료를 내지 않는 대신 집을 관리하는 조건이었다.

길랑의 아버지는 할부로 장만한 오토바이로 오토바이택시기사 일을 했다. 길랑의 엄마는 집 앞에서 커피를 파는 노점을 했다. 그러나 길랑의 아버지가 10월 심장마비로 갑자기 숨지면서 길랑 가족에게 잠시나마 찾아온 행복은 저물었다.

길랑의 엄마가 열심히 일했지만 4남매를 키우기엔 버거웠다. 엄마 데위씨는 "아이들을 먹이고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위한 휴대폰 데이터 비용을 내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길랑은 4남매의 첫째로 동생들은 10세, 7세, 2세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오토바이가 유일했다. 그런데 그 유산마저 뺏길 상황에 놓였다. 판매상은 할부금을 갚지 못하면 오토바이를 압수해 가겠다고 통보했다. 매달 내야 하는 할부금은 78만5,000루피아(약 6만2,000원)다. 데위씨는 "아직 할부금이 13개월어치나 남아 어찌할 도리가 없었는데 아들이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후 길랑은 온라인 수업이 끝나면 엄마 노점 옆 가게 마당에서 주차안내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가끔 동생들이 놀러 오기도 한다.

2일 트리분뉴스는 길랑의 활짝 웃는 사진과 함께 그의 사연을 소개했다. SNS에는 "성공하길 바란다" "공부도 열심히 하길 바란다" 등 100개 가까이 응원 댓글이 달렸다. 아버지의 SNS 계정을 쓰고 있는 길랑은 한 댓글에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게 아빠가 늘 해준 얘기였다"라며 "학교도 부지런히 다니고 기도도 열심히 해서 독립심을 키우겠다"고 답을 달았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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