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간첩 혐의로 사형 선고를 내린 이란계 스웨덴 의학자에 대해 2일(현지시간) 형 집행을 예고했다. 국제 인권 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란 당국은 꿈쩍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격앙된 국내 여론을 고려한 조치라는 의심이 많은 것이다.
영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은 1일 "이란계 스웨덴 의학자 아흐마드레자 드잘랄리(49)가 사형 집행을 위해 그간 수감돼 있던 에빈 감옥에서 고하르다시 감옥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선 주로 수요일에 사형 집행이 이뤄진다.
드잘랄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카롤린스카 연구소(의과대학) 재난의학 박사이자 강사, 연구원이다. 2016년 4월 테헤란대학과 시라즈대학 초청으로 이란을 방문했다가 체포됐다. 이란 핵 과학자들과 핵 시설에 대한 정보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넘겼다는 혐의다. 9개월 구금 끝에 2017년 1월 공식 재판에 넘겨졌고, 그해 10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드잘랄리의 가족은 그가 이란 당국의 강요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정부는 드잘랄리가 곧 처형된다는 보고를 접하고 지난달 24일 이란 정부에 형 집행 정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이란은 드잘랄리가 자국민이기 때문에 외국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인권 특별조사관은 "한 인간의 삶이 국제 정치에 저당잡혀 있고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란 정부를 비판했다. 다이애나 엘타하위 중동·북아프리카 앰네스티 부국장도 "드잘랄리를 구하기 위해 너무 늦기 전에 테헤란 주재 대사관을 포함해 국제 사회 구성원들이 즉시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벨상 수상자 153명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드잘랄리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2일 드잘랄리에 대한 사형 집행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선 지난달 27일 발생한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란이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 모사드를 지목하며 보복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순서상 사형 집행 결정이 암살 사건보다 앞서지만, 공교롭게도 인과관계가 맞물리면서 네티즌의 의심을 사고 있다. 실제 사형 집행이 이뤄질 경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 정세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드잘랄리 구명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트위터에는 드잘랄리의 이름을 해시태그(#AhmadrezaDjalali)로 공유하며 사면과 석방을 촉구하는 글이 세계 각국의 언어로 올라오고 있다. 데이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은 "이란 당국에 인류의 이름으로 드잘랄리의 사면을 요청한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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