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가전제품 등 소비 늘면서 물동량 급증
해상운임 매주 최고치… 미운항 선박률은 1.4% 불과
컨테이너 생산 85% 차지하는 중국은 고가 전략 취해
중기, 선박 지원 받아도 컨테이너 없어 전전긍긍
해운업계의 공급 부족현상이 심상치 않다. 해상 운임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데다, 부족한 컨테이너 박스 탓에 배를 구한 상황에서도 선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해상 물류 운임의 척도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매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거래소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SCFI 인덱스 지수는 2,048.27로, 사상 처음 2,000선을 돌파했다. 2016년 5월 400선에 진입했을 당시에 비하면 5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이전 최고치는 2012년 5월 1501.46인데, 올 하반기부터 치솟은 해상 운임은 10월30일부터 5주 연속 '하이킥' 행진이다. SCFI 인덱스 지수는 중국에서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세계 각지로 운송하는 단기(spot) 해상물류 비용에 지역별 가중치를 계산해 낸 값이다.
해상 운임 상승세의 배경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변한 소비패턴이 있다. 예를 들면 공연이나 영화를 보는 등 문화생활에 쓰던 돈을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 집안에서 필요한 물품 소비에 사용하게 된 것이다.
달라진 소비심리는 배들을 바쁘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상반기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하반기 들어 각국의 재정지원에 힘입어 반등하면서 해상 물동량도 급증한 것. 프랑스 해운산업 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6월만해도 11.6%에 달했던 미운항 선박률은 11월 1.4%로 뚝 떨어졌다. 미운항 선박률이 1.4%라는 건 다시 말해 수리 중인 배를 제외하면 모든 선박이 항로에 투입돼 있다는 뜻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평년으로 따지면 겨울철 비수기에는 세계적으로 중대형 선사 1곳 정도의 선복량이 공급 과잉 상태였는데, 이번에 일시적으로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해운 대란이 빚어진 것"이라며 "화주 입장에서는 계약 일정을 못 지켜 위약금을 무는 것보다 웃돈을 주고라도 배편을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에 운임이 더 올라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상 물동량의 급격한 증가로 컨테이너 박스도 품귀현상이다. 전 세계 컨테이너 박스 대부분이 배에 실려 있거나, 물건이 실린 채 항만에서 선적을 기다리거나, 육상에서 수송 중이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원양선사들은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의 1.5~2배에 달하는 컨테이너 박스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복량의 약 80%를 싣고 출항하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만 해도 50%를 밑돌았던 선적률은 최근 모든 배들이 만선 출항에 나서면서 폭증했다. 또 주요 항만들의 화물 터미널에서 정체가 발생해 컨테이너 박스를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늘었다. HMM 관계자는 "평소에는 하루이틀이면 하역이 끝나는데, 최근에는 하역 대기에만 중국은 2, 3일, 미국은 5, 6일 정도 걸린다"며 "물건을 꽉 채운 배가 일주일 동안 항만 근처에 떠 있는 셈이니 컨테이너 박스 역시 회전이 안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컨테이너 박스를 새로 만드는 것도 여의치 않다. 전 세계 컨터이너 박스 생산의 85%를 공급 중인 중국이 생산 물량을 늘리지 않고 있어서다. 중국은 최근 컨테이너 박스 수요가 크게 늘자 물량을 늘리기 보단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박스 생산 단가는 올해 상반기 1TEU(20피트 길이 표준 컨테이너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당 1,800달러(약 200만원)에서 최근엔 3,000달러(약 330만원)를 넘어섰다.
문제는 현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빚어진 해운 대란 때문에 무작정 컨테이너 박스를 생산하기도 힘든 노릇이다. 사정이 더 급한 건 중소기업들이다. 대기업들은 장기 운송 계약을 맺고 일정 물량을 확보해 놓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기껏 주문을 따내고도 배가 없고, 배를 지원받아도 컨테이너가 없어 물류에 차질이 생기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해양진흥공사에서 빌려주던 컨테이너 박스는 진작에 동이 났고, 중국 업체로부터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라며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을 돕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임시 선박을 투입하더라도 컨테이너가 없어 물건을 싣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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