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비하 연극 '환생경제' 어땠길래, 자꾸 되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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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비하 연극 '환생경제' 어땠길래, 자꾸 되살아날까

입력
2020.12.02 12:00
수정
2020.12.03 18:28
0 0

주호영 나경원 심재철 이혜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 출연 
‘노가리’ ‘육ⅩⅩ놈’ 등 원색 표현 
노무현 전 대통령 공개 모욕
'풍자·막말 논란' 터질 때마다 재등장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2004년 8월 28일 저녁 전남 곡성군 봉조리 농촌체험마을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환생경제'를 창단기념으로 공연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환생경제'가 또 '환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0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을 문제 삼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울고 계신다"고 언급하자 "도무지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며 연극 '환생경제'를 꺼냈다. 이 지사는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환생경제'라는 연극으로 노 대통령님을 얼마나 추잡스럽고 비열하게 희롱했는가" 하고 물었다.

이런 '환생경제'가 소환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사실상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풍자, 욕설, 성 비하의 대명사라 할 만한 사건으로, 비슷한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수도 없이 정치인의 입과 언론 보도에 오르내린다.

실수를 했든, 의도적으로 관심을 갈구했든, 정치인들의 막말, 성 비하, '선 넘는' 정치풍자 등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환생경제'가 거론되는 것은 이를 넘어서는 수준의 사건이 없음을 방증한다.


노 전 대통령 패러디한 '노가리' 향해 "XXX 달 자격도 없는 놈"


'환생경제'를 다룬 한국일보 2004년 8월 30일자 10면 기사.


‘환생경제’는 2004년 8월 28일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공연된 작품이다. 정치 풍자극을 공연하겠다며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의원 24명이 구성한 극단 ‘여의도’가 처음으로 올린 풍자극으로,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연출했다.

이 연극은 노 대통령을 암시하는 등장인물 '노가리'를 "집안 말아 먹은" 무능한 가장으로 묘사했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암시하는 인물로는 두 아들 '민생'과 '경제'를 보살피는 아내 '근애'를 등장시켰다. 연극 중 근애의 친구로 등장한 '부녀회장'과 '번영회장'은 '노가리'를 향해 "ⅩⅩⅩ 달 자격도 없는 놈" "육ⅩⅩ놈"이라고 욕설하기도 한다.

아무리 당내 행사라지만 야당 의원들이 현직 대통령을 공개 모욕하고, 자기 당과 당 대표를 은근히 찬양한 이 괴상한 연극은 당시에도 큰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는 "대꾸할 만한 가치가 없다"며 공식 입장도 내지 않았다.

임태희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내용은 도외시한 채 아주 부분적인 대사 몇 개를 빌미로 연극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은 올바른 문화적 자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 때문인지, 이후 극단 여의도는 별 활동 없이 조용히 사라졌다.


‘욕설∙비하 논란’ 터질 때마다 등장


'더러운 잠'을 다룬 한국일보 2017년 1월 25일자 8면 기사.

'환생경제'는 이후 정치권에서 욕설이나 풍자, 비하 논란이 터질 때마다 등장했다.

2012년 총선 때는 민주당 지지 성향 방송인으로 유명한 김용민씨가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의 '막말'로 파문이 일자, 지지자들이 이 연극이 담긴 영상을 퍼 나르면서 대응했다. 결과적으로 김용민씨는 낙선했다.

2017년에는 표창원 당시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으로 묘사한 그림 '더러운 잠'이 비판을 받게 되자, "풍자의 허용 선은 어디까지인가"라는 논쟁으로 번지면서 '환생경제'가 다시 등장했다. 표창원 의원은 당직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고, 대선주자이던 문재인 후보가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한 유튜브 영상을 다룬 한국일보 2019년 10월 29일자 4면 기사.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이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 문재인 대통령을 역시 벌거벗은 임금으로 묘사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게재했다. 이때도 원색적인 정치 풍자와 상대 당에 대한 비하라는 점에서 '환생경제'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국당은 '환생경제' 때와 비슷한 논리로 문제가 없다며 버티다가 문 대통령의 모친상을 계기로 조용히 해당 영상을 비공개 전환했다.

2020년 총선에도 또 나왔다. 안산 단원을 지역구에 출마한 박순자 미래통합당 의원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출연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이 심각한 여성 비하와 성희롱을 일삼았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언론과 네티즌은 박 의원 역시 16년 전 '환생경제'의 출연진 중 한 명이자, '노가리'를 향해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ⅩⅩ값을 하라"고 성희롱 발언과 욕설을 하는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환생경제 연기한 자가 노무현 언급할 자격 있나"


'환생경제'가 재등장한 주호영 의원의 특임장관 청문회를 다룬 한국일보 2009년 9월 16일자 4면 기사.


최근 '환생경제'가 소환된 이유는 지금까지와 좀 다르다. 야권 정치인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한 것이 아니라 '좋은 선례'로 언급하면서 문재인 현 대통령을 비판하자 여권에서 여기에 맞서 꺼냈기 때문이다. 여당 정치인들의 입장을 요약하자면, "'환생경제'를 무대에 올린 장본인이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환생경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리킨 등장인물 ‘노가리’를 맡았던 배우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21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출연진 가운데 유일한 현직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삶을 마감한 지 얼마 후 이명박 정부의 특임장관으로 임명됐는데, 청문회장에는 약속한 듯이 '환생경제'의 영상이 흘러나왔고, 주 의원은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환생경제'의 출연자다. 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청와대에 가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하라고 직언하라"라고 공격했다. 윤 의원은 나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을 끌어내서 "대통령에게 침묵하라더니 이번엔 입장 표명을 하라고 한다"고 맞섰다.

당시 '노가리'를 상대로 '근애' 아래 뭉쳤던 출연진 대부분은 이후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비(非)박 노선을 탔고, 그 때문인지 오늘날 보수 야당의 주요 정치인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16년 전 '무리수'는 이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현우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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