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온라인 공연은 이런 것이다.’
영국 출신 팝스타 두아 리파(25)의 당찬 선언처럼 들렸다. 그가 유럽과 미국에서 27일 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선 28일 공개한 온라인 콘서트 ‘스튜디오 2054’는 비대면 공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전 세계 500만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
리파는 올 초 현대적 사운드로 디스코 시대의 향수를 담은 앨범 ‘퓨처 노스탤지어’를 발표해 상업적인 성공과 함께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내년 열리는 그래미 어워즈의 6개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앨범의 콘셉트는 이날 공연 무대로 이어졌다. 4대3 비율의 화면, 과다 노출로 화사하게 채색된 영상, 가수를 둘러싼 댄서들 등 디스코가 전성기를 누렸던 1970~1980년대의 TV쇼 무대를 연상케 했다.
앨범 제목과 같은 곡인 ‘퓨처 노스탤지어’로 시작한 공연은 두아 리파가 주최한 클럽 파티로 이어졌다. 히트곡 ‘브레이크 마이 하트’를 부를 땐 노랑, 초록, 분홍의 형광색 링과 공 등으로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감각의 무대를 선보였다. 리파는 런던을 대표하는 클럽 겸 다목적 행사장인 프린트워크스에 마련된 대규모 무대에서 공간을 옮겨가며 다채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노래가 바뀔 때마다 무대는 댄스 클럽에서 롤러스케이트장으로, 텅 빈 창고로, 빈티지 소파와 브라운관 TV가 놓인 거실로 끊임 없이 옮겨졌다. 스테디캠은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리파를 따라가며 거실과 클럽이 한 공간에 있음을 보여줬다. 대면 공연에서는 쉽지 않은, 넓은 공간 활용과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 움직임은 이날 공연의 최대 장점이었다.
마지막 곡인 ‘돈트 스타트 나우’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했다. 리파는 앞서 선보인 무대를 차례로 누비며 공연장을 한 바퀴 돌았다. 쉴 새 없는 움직임 속에서도 리파의 가창은 안정적이었고 댄서들과의 호흡은 매끈했다. ‘내가 이 시대 최고의 팝 디바’라고 외치는 듯 자신감이 넘쳤다.
게스트의 면모도 화려했다. 인디음악계의 스타 FKA 트윅스는 미공개 신곡 '와이 돈츄 러브 미'와 함께 현란한 폴댄스를 선보였고 댄스 디바 카일리 미노그는 ‘리얼 그루브’와 ‘일렉트리시티’ 두 곡을 리파와 함께 불렀다. 노장 엘튼 존은 영상을 통해 걸죽한 목소리로 자신의 히트곡 ‘로켓 맨’을 선물했다.
리파는 공연 전 가진 아시아 지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두 차례나 공연이 연기돼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한 달 동안 매일 5, 6시간씩 리허설을 해서 잠 자면서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면서 “그 덕에 퍼포머로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온라인 공연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없는 대신 효과나 장치, 게스트 가수 등 여러 요소를 넣었습니다. 아레나 공연장에선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지만 이처럼 TV쇼 같은 공연에선 할 수 있는 것이 무한대로 늘어나죠. 제가 원하는 무대에서 제가 원하는 공연을 할 수 있으니 정말 축복 같은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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