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이 사회 전체를 흔들며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 갈등을 보는 첫 번째 시각. 윤 총장은 지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하는 등 살아 있는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검찰 독립의 상징이다. 이번 정권에서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의 비리혐의도 남김없이 수사해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 추 장관은 이러한 윤 총장을 별것 아닌 이유로 찍어내 검찰을 장악하려고 한다.
두 번째 시각. 윤 총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그동안 저질러온 권력 남용의 상징이다. 탄핵당한 전 정권의 실정을 바로잡고자 하는 현 정부의 개혁 작업이 검찰조직을 향하자 법무부 장관 인사, 원전 중단 등 대통령의 정책에 검찰 수사로 개입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은 결국 판사 사찰 등 비위를 저질렀다. 물러나야 한다.
완벽히 상반된다. 이렇게 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을 두고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이야기 서술 방식을 언론 연구 등에서 '프레이밍'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어떤 현상을 이해하는 틀을 만든다는 의미로 '틀짓기'라고도 한다. 학문적 정의는 학자에 따라 다양한데, 틀 또는 프레임은 어떤 사안을 선택하고 특정한 면을 강조하거나 배제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그 사안의 맥락을 제공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제시하는 중심적 관점이라고 주로 말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한쪽 면만 부각시켜 그쪽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이러한 프레임은 추-윤 갈등과 같은 사회 문제와 관련해 여론 형성과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학자 로버트 엔트먼은 프레임이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해 문제가 무엇인지 규정하고, 원인을 진단한 뒤, 누가 옳고 그른지 도덕적 판단을 내려, 문제의 해결 방안을 뚜렷하게 제시한다고 밝혔다. 추-윤 갈등에 대한 첫 번째 시각은 검찰 독립성으로 이 문제를 규정하고, 추 장관 즉 정치권력의 개입을 원인으로 진단한 뒤, 검찰 중립성 침해라고 도덕적 판단을 내려 윤 총장의 건재, 즉 검찰의 완전 독립이 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게 된다. 반면 두 번째 시각은 이번 사태를 검찰개혁의 문제로 규정하고, 윤 총장 즉 검찰의 권력 남용으로 원인을 진단한 뒤, 무소불위 검찰이 불의하게 권력을 행사했다고 도덕적으로 판단해 검찰의 완전한 개혁이 사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게 된다. 사안에 대해 상이한 이해가 옳고 그름이 완전히 갈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같이 도덕적 판단을 수반하는 프레임은 많은 경우 현상의 이해가 완벽히 상반되는 양극적 상태가 되어 격렬하게 부딪친다. 추-윤 갈등을 두고 검찰 독립 프레임과 검찰 개혁 프레임이 충돌한다. 이렇게 프레임 전쟁이 불타오를 때 제일 먼저 희생되는 것은 진실이다. 검찰 독립 프레임으로는 그동안 숱하게 드러났던 검찰의 오점이 보이지 않고 검찰 개혁 프레임은 정권의 검찰 개입 역사를 드러내지 않는다. “서울중앙지검 김검사입니다”라는 피싱 전화 한 통만 받아도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시민들은 검찰이 어떠한 정치, 경제적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정의를 실현하기를 원한다. 동시에 전체 국민들을 위해 써야할 수사와 기소의 공권력을 특권으로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검찰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장관과 총장 둘 다 세금으로 월급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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