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흘 만에 다시 500명대를 넘겼다. 지난달 19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되고, 24일 2단계로, 이어 1일 ‘2+α’ 조치까지 취해졌음에도 그렇다. 매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고 있음에도 전국적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의 '뒷북 대응'이 되레 확산세를 키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 "거리두기 효과, 2차유행 때보다 더 걸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는 511명(국내발생 493명)을 기록했다. 주말 검사 건수가 줄어든 영향으로 사흘간 400명대 중반을 기록하다 500명대로 다시 올라선 것이다. 방역당국 스스로도 현 추세대로라면 1~2주 뒤 하루 확진자가 1,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선제적 조치는 없다. 정세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중대본·국무총리)은 이날 열린 회의에서 “이틀 전부터 자가격리자가 역대 최고치인 7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곳곳에서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이번 주말까지가 확산과 진정을 판가름하는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과거 1~2차 유행 때보다 환자 발생 숫자가 많고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쉬운 겨울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응이 너무 늦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영준 중대본 역학조사팀장은 “1·2차 대유행 때 거리두기를 실시했을 때보다 이동량 감소 폭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고, 환자 발생도 이동량 감소만큼 떨어지지 않았다”며 "거리두기 효과가 나오려면 2차 대유행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거리두기 격상 때는 시작할 때부터 확진자 발생 규모가 2차 대유행 때보다 더 많았던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수도권 거리두기 1.5단계 격상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고 보는 게 맞고, 2단계 격상 효과 또한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 "상황 더 지켜보고 단계 격상 검토"
이에 따라 정부가 원칙대로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지 않고 늑장 대응을 한 것이 화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달초 거리두기 단계별 전환 기준을 새로 발표했지만, 1.5단계와 2단계로 상향하는 과정에서 이를 곧바로 적용하지 않았다. 지금도 최근 1주간 국내 발생 일평균 확진자가 438명에 달해 전국 2.5단계 격상 기준을 초과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조처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정 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에다 “단계 격상은 확진자 수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60대 확진자 수와 중증 환자 병상 여력, 감염재생산 지수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서 결정한다”며 “상황을 지켜본 후 단계 격상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도태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날 “단계 격상은 국민들의 일상과 사회경제적 활동을 크게 제약하고 바꾸는 조치라 국민들의 공감대와 자율적 실천이 담보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비판 여론을 반박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를 개편하면서 기준이 전보다 완화됐는데도 단계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스스로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말로만 호소하고 있으니 효과가 제한적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1.5, 2.5나 '+α' 같은 세분화 조치는 핀셋방역이라기보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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