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중립성 위한 '검찰총장 임기제' 취지 몰각"
징계위 이유로 '긴급성 없다'는 법무부 주장도 기각
"총장 직무배제로 검찰 업무 혼란... 중대한 공공복리"
“사실상 해임ㆍ정직 등 중징계 처분과 같다.”
법원이 1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 효력을 ‘일단 중단하라’고 결정하게 된 데에는 해당 처분의 실체를 이같이 봤던 게 가장 크게 작용했다. 윤 총장의 직무배제 과정을 꼼꼼히 따져보진 않았으나, 이번 조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검찰총장 임기제(2년)’ 취지를 몰각하는 일인 데다, ‘윤석열 개인’에게도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안기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법원은 대한민국 법체계가 검찰의 독립성ㆍ중립성 보장을 위한 여러 근거를 두고 있다면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조치는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 전횡되지 않도록 엄격한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무배제, 尹에겐 금전적 보상 불가능한 손해"
재판부는 우선 결정문에서 “윤 총장에 대한 합당한 징계사유가 있는지,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과정이 적법했는지 등은 이번 사건에서 판단할 게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총장 직무배제 처분의 토대가 된 징계사유가 사실과 다르고, 직무배제ㆍ징계청구 절차도 위법했다’는 윤 총장 측 주장은 본안 소송에서 다뤄질 주제일 뿐, 이번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리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재판부가 중점적으로 살펴 본 쟁점은 윤 총장 직무배제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윤 총장이 총장직에 복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 등 두 가지였다. 그러면서 △윤 총장 개인에 미치는 손해 △검찰의 중립성ㆍ독립성 보장의 중요성 △검찰총장직의 중대성 등을 짚어본 뒤, 결국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윤 총장이 직무배제 기간 동안 검찰총장ㆍ검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은 금전적인 보상이 불가능한 회복이 어려운 손해”라고 밝혔다. 절차상 징계 의결이 나기 전까지의 ‘예방적ㆍ잠정적’ 조치라고는 하나, 실제로는 해임ㆍ정직 등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유다.
법원은 추 장관 측의 “2일 징계위원회가 개최되면 어차피 직무배제 조치 효력이 소멸하므로 긴급하게 직무배제 조치를 멈출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징계 절차가 최종적으로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무배제 효력을 유지하는 건 신청인(윤 총장)의 법적 지위를 불확정적 상태에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관의 재량권, 일탈·남용은 사법심사 대상"
전날 심문기일에서 법무부 측은 “수사 대상자인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면 공정한 검찰권 및 감찰권 행사에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직무배제 효력을 정지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논리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총장 직무배제로 검찰업무 수행 전체에 지장과 혼란이 발생하는 점도 중대한 공공복리”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법원은 “검찰총장 직무배제 권한이 법무부 장관의 ‘재량권’에 해당한다 해도, 최소한도로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법체계가 검찰의 독립성ㆍ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법무부 장관의 검사 지휘ㆍ감독권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점에 비춰볼 때, 직무배제 조치를 내릴 권한도 예외적으로, 엄격한 판단하에 행사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행정처(법무부)에 재량권이 부여돼 있다 해도, 그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며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이 과정에서 국회 검증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검사징계법상 직무배제 규정이 피신청인(추미애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숙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을 향한 사법부의 ‘일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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