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이버 먼데이, 매출 12조원 육박
최대 90% 할인에 국내 소비자 '역직구'도
연간 최대 매출에도 유통업계는 복잡한 속내
쇼핑몰을 둘러싸고 장사진을 친 모습, 명품 매장 앞에 하루 전부터 텐트를 치는 풍경은 미국 최대 쇼핑 시즌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다리는 소비자의 심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달 27일 블랙 프라이데이와 30일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에도 소비자의 구매 욕구는 폭발적이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CNBC방송 등은 지난달 30일 미 유통업계가 거둬들인 매출이 108억달러(약 11조9,718억원)로 추정된다고 어도비의 마케팅 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어도비 애널리틱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미국 사이버 먼데이 온라인쇼핑 사상 역대 최대 매출로, 지난해 같은 시기 온라인쇼핑 매출(94억달러)보다 15.1% 증가한 신기록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을 뜻한다.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쇼핑 성수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장부에 적자를 뜻하는 붉은 숫자가 검은색(흑자)으로 바뀌는 날이라는 데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전해진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못 판 물건을 그 다음주 월요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사이버 먼데이에는 쇼핑의 여흥이 가시지 않은 소비자들이 대거 온라인으로 몰린다.
국내 소비자도 '블프 직구'로 득템 기회 노려
국내 소비자도 이 시기 세일 폭이 큰 상품과 ‘직구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 시기 국내 유명 브랜드 가전제품이 해외에서 더 싼 가격에 나오는 탓에 국내 제품을 해외 직구로 구입하는 ‘역직구’도 적지 않다.
국내 이커머스업계도 해외 직구 열기를 타고 연말 폭탄세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소비자는 반대로 ‘득템’ 기회를 노린다. 국내 전자상거래 부문 매출액 1위 쿠팡도 이날부터 시즌오프 상품 등을 최대 87%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는 ‘패션 블랙프라이데이’ 기획전을 열었다.
하루이틀 사이 연간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시기지만 유통업계는 사실 마냥 웃지 못한다. 최대 90%의 할인율 탓에 마진이 적고, 여기에 배송비와 반품비까지 더해지면 손해를 보는 일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오프라인 매출이 줄고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면, 매장에서 직접 판매할 때는 발생하지 않는 배송·반품 비용과 처리 과정이 수익을 잠식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렇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유통업체들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하는 이유는 뭘까.
국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행사 기간만 따지면 사실 적자다”라며 “국내에서도 연말이면 11절페스티벌(11번가), 빅스마일데이(이베이코리아) 등 대규모 할인이 많은데 이 시기 거래액은 급증하지만 영업이익이나 매출이 정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규 고객을 유입하고 다음 소비로 연결시키는 한편, 이듬해 트렌드를 미리 학습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큰폭 할인에 적자도... 신규고객 유입·새 트렌드 학습효과도
이 같은 최저가 전략은, 이른바 ‘소비자 경험’이 충성고객을 만든다는 아마존의 ‘플라이휠 효과’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온라인 쇼핑 트렌드를 이끄는 아마존은 사업 초기부터 '상품을 최저가에 팔아 고객을 사로잡는다'→'번 돈은 모두 고객이 좋은 제품을 싸게 구입했다는 경험을 돕는데 투자한다'→'고객 증가는 다시 매출로 이어진다'는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국내 백화점에선 이런 행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달리 국내 백화점에서는 '특정매입(외상 매입 후 재고를 반품하는 판매 형태)'을 하는데, 재고 부담을 지는 납품 업체가 가격 통제권을 쥐고 있어 대규모 할인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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